산업 재계 연말 인사, 세대교체 넘어 '핀셋 쇄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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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연말 인사, 세대교체 넘어 '핀셋 쇄신' 집중

등록 2026.11.01 19:27

신지훈

  기자

핵심 경영진 유임, 미래 성장 동력에 집중SK, 삼성, LG 등 기존 리더십 강화AI와 에너지 전환으로 사업 혁신

사진=연합뉴스 제공사진=연합뉴스 제공

주요 그룹의 연말 인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재계 인사의 키워드는 전면적인 세대교체보다 필요한 분야에 변화를 집중하는 '핀셋 쇄신'으로 요약된다. 실적을 뒷받침한 경영진은 유임해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사업 구조를 바꾸거나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야 하는 조직에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배치하는 흐름이다.

지난해 대규모 인사와 사업 재편을 거친 그룹들이 올해는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도 인공지능(AI)과 에너지,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에서는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인재 재배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미 인사를 마친 SK와 한화, HD현대에 이어 이달 인사를 앞둔 삼성과 LG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이 같은 흐름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SK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사장·부회장급에서 12명을 승진시키며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과 달리 올해는 핵심 계열사 수장들을 대체로 유임시켰다.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는 SK하이닉스의 곽노정 최고경영자(CEO)와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끌어온 지주사 SK㈜의 장용호 CEO가 자리를 지켰다.

변화는 사업 구조 전환이 필요한 계열사에 집중됐다. SK이노베이션은 정승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한국전력 사장도 지낸 정 사장은 전력·에너지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다. SK그룹이 기존 사업의 구조조정을 넘어 에너지 사업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용호 사장이 SK㈜와 SK이노베이션 대표를 겸직하며 사업 재편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정승일 사장이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사업 전환을 이끌게 된다. 정유·석유화학과 배터리, 액화천연가스(LNG), 전력 등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에너지의 전기화에 대응하는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와 가스를 정제·가공해 판매하는 전통적인 사업 구조에서 나아가 전력 생산과 공급을 중심으로 한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경영진의 큰 틀을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7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10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이에 따라 전영현 DS부문장과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이 이끄는 현 체제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관건은 사업부별 책임 경영을 강화할 후속 인사다. 전 부회장이 겸직 중인 메모리사업부장과 노 사장이 함께 맡고 있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을 별도로 선임할지가 관심사다. 사업부별 전문 경영 체제를 강화하면 각 사업의 의사결정 속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 DX부문에서는 로보틱스 등 차세대 사업을 구체화할 기술 인재의 발탁 여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인사 운영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연말 인사의 폭을 가늠할 변수다. 과거에는 정기 인사 때 주요 경영진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업 상황에 따라 수시로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올해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을 연중 교체한 데 이어 전영현 부회장의 DS부문장 선임도 정기 인사와 별도로 이뤄졌다. 연말 인사에서 조직 전반을 크게 바꾸기보다 필요한 사업부에 한정해 인력을 보강할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LG그룹 역시 올해 인사에서 CEO 교체보다는 기존 경영진을 중심으로 미래 사업의 실행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LG는 이달 중순부터 말까지 계열사별로 사장단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LG전자와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수장을 상당수 교체한 만큼 올해는 경영진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조직과 인재를 재정비하는 방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LG 인사의 주요 평가 기준으로는 AI 사업을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이 꼽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9월 사장단 회의에서 AI를 미래 사업의 핵심 승부처로 지목하고 성과 창출을 위한 속도와 실행력을 강조했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LG CNS,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의 역량을 모아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는 '원 LG'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계열사 간 협업을 구체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갈 인재를 어떻게 배치할지가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그룹 가운데 상대적으로 늦게 정기 인사를 단행하는 만큼 경영 환경과 사업별 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사 방향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실적과 조직 운영의 연속성 사이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수장 거취가 관심사다.

현대차의 첫 외국인 CEO인 호세 무뇨스 사장은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론과 글로벌 사업을 이끌어온 리더십의 연속성을 놓고 유임 여부가 엇갈린다. 2020년부터 기아를 이끌어온 송호성 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거취가 주목되는 인물이다.

미래 사업 분야에서는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한 인재 발탁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와 자율주행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올해 초 영입한 박민우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연구개발 조직에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술 인재와 젊은 리더를 중용하는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상무 초임 평균 연령이 처음 40대에 진입했고, 승진 대상자의 약 30%가 연구개발과 주요 기술 분야에서 배출됐다.

이미 인사를 마친 한화와 HD현대에서는 성과 중심의 인재 발탁과 미래 사업을 겨냥한 조직 재편이 두드러졌다. 한화는 지난달 1일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서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근속 연수나 직급보다 사업 성과와 성장 가능성을 인선 기준으로 삼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낸 인력을 주요 보직에 배치해 글로벌 사업 확대와 신사업 추진에 무게를 실었다.

HD현대도 지난달 7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주력 사업과 미래 사업의 역할을 재정비했다. 통상 11월에 진행하던 인사를 앞당겨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부회장에게 그룹 조선사업 총괄을 맡겼다. 조선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AI 데이터센터용 전력 인프라와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사업을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올해 인사가 경영진 교체 규모보다 인사 대상과 보직의 방향성에서 각 그룹의 전략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조직은 안정적으로 운영하되, AI와 에너지 전환, 로보틱스 등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분야에는 외부 전문가와 기술 인재를 적극 배치하는 방식이다. 대대적인 세대교체보다는 검증된 경영진의 연속성을 바탕으로 사업별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인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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