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3일 새벽 그룹 전 임직원들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임직원에게 사죄한다”며 “책임질 것이 있다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전했다.
이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은 2002년 그룹 회장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회장이 평소 대외적 행보를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에게 일임하고 언론을 통해 본인 의견을 쉽게 밝히지 않아 온 ‘은둔형 CEO’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이메일은 일종의 파격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회장의 이메일에는 최근 사건에 대한 통렬한 사과와 결연한 책임 의지가 담겨있다.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는 그룹을 다잡기 위해 오너인 본인이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최근 CJ그룹 주요 계열사는 비자금 조성과 조세 포탈 의혹이 불거지자 내부에서 동요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전문 경영인인 계열사 대표들이 나서서 분위기 수습에 나섰지만 안팎에서 터지는 연이은 악재 탓에 혼란이 가중됐다.
때문에 그룹 오너인 이재현 회장이 직접 나서서 반성과 책임을 언급해 그룹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하고 혼란을 겪고 있는 임직원들에게 힘을 실어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핵심 내용에는 이 회장의 좌우명인 ‘겸허’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오너 자신이 몸을 낮춰 회사 안팎에서 불어 닥친 시련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 회장의 좌우명인 ‘겸허’는 이 회장의 할아버지인 고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이재현 회장은 장충동 자택에 걸어 둔 할아버지의 ‘겸허’ 친필 휘호를 애지중지할 정도로 이 말을 생활신조로 삼아 왔다.
특히 이 회장의 이번 ‘책임’ 언급은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전의 비자금 관련 의혹에서도 무죄를 입증한 만큼 이번 수사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은 CJ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오너 자신이 의혹을 스스로 풀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CJ그룹에 미칠 부정적 요인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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