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부총리는 19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미국이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축소)을 실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발표는) 상당부분 출구전략을 실시하겠다는 강력한 시사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이퍼링이 시작되지 않아 신흥국이 충격을 덜 받는 등 긍정적인 면이 있겠지만 한국은 앞으로의 전망을 받아들여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외환건전성 부담금·외국인채권투자 비과세 폐지 등 거시건전 3종세트를 마련해 놓고 있다. 또 각종 시나리오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 등을 준비, 시장 변동에 따른 충격에 대비중이다.
그는 “미국의 출구전략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고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잘 대응하지 않으면 변명하기 어렵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어 “단기적으로 시나리오별 대응과 모니터링 강화 등으로 대응하되 중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유지, 외환·금융면에서 가계부채 등 취약 요소를 관리하겠다”며 “경제 체질을 강화하면서 단기적으로 그때그때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선제적으로 잘 대응했다고 본다. 외국에서도 ‘한국 시장이 달라졌다’고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우리 시장이 이제 ‘냄비형’이 아니라 안정적 구조로 바뀐 것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나 안정적인 단기 외채 구조,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정건전성, 외화보유액 등으로 여타 신흥국보다 시장변동의 충격을 덜 받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는 “미국 출구전략의 강한 전제는 미국 경제 회복이다. 이를 기회로 활용해 민간부문 투자나 수출을 활성화해 우리 경제의 저성장 흐름을 끊을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이번 미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 유지 결정에는 한국이 경고해온 ‘역(逆) 스필오버(spillover)’에 대한 고려도 있었다고 봤다. 정부는 국제회의 등에서 미 출구전략에 따른 신흥국 위기가 다시 미국이나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꾸준히 설명해온 결과다.
실제로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은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양적완화 정책 유지 결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양적완화 축소가 가져올) 신흥국의 문제는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이번 APEC재무장관회의에서 미국 출구전략에 대비하기 위한 국제적 정책 공조와 각국의 재정건전성·구조 개혁 강화 노력을 강조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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