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정국이 풀릴 것으로 기대했던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이후 여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등 민감한 정치현안을 두고 여야 간의 대립이 갈수록 격해지면서 경제·민생 법안 처리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새해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되는 모습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 될 조짐이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 폭행 사건과 인사청문회 문제로 정국은 더욱 꼬이고 있는 상황. 이로인해 100여개의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는 난망한 상태다. 일각에선 국회의 ‘갑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선 경지부진의 이유를 기업투자 미흡과 정부 정책탓으로 얘기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 저조한 경제상황을 탈출할 기반을 마련해줄 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으면 시장도 손쓸 수가 없다”고 정쟁에 휩싸인 정치권을 비판했다.
여권과 경제계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외국인투자촉진법을 꼽고 있다. 박 대통령도 시정 연설에서 외촉법을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법안’이라 거론했을 정도다.
외촉법의 핵심은 지주회사가 외국 기업과 합작으로 증손회사를 설립할 때 의무 지분율을 현행 100%에서 50%로 낮추는 것. 현행 공정거래법대로 ‘100% 지분 보유 의무’로 지분 규정이 묶여 있을 경우 외국계 기업의 투자 유치가 어렵기 때문에 외촉법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재계도 당장 2조3000억원 규모의 외국인의 돈이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선 외촉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촉법에 해당되는 기업은 GS칼텍스와 SK종합화학이다. GS는 일본 쇼와쉘타이요로일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여수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으며, SK도 일본 회사와 울산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외촉법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공장가동 중지 뿐 아니라 일본 기업의 투자 철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지분 보유 규정을 하고 있는 모(母)법인 공정거래법을 침해할 수 있다며 처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의료·교육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발전기본법도 조속한 처리가 요구되는 법안이다.
청년 실업 해소에 중요한 벤처·중소기업 창업을 활성화하고 음식·숙박·도소매 등 저생산성에 허덕이고 있는 서비스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안으로 처리되지 못할 경우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 차질을 빚게 된다.
때문에 정부와 여당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에 대한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법의 적용범위 안에 병원과 의원·보건업이 포함된 것을 두고 ‘의료민영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하며 유보 입장이다. 이 때문에 법안은 현재 기획재정위에서 계류 중에 있다.
4·1 부동산 거래 정상화 대책 및 8·28 전·월세 안정 대책 등 주택 관련 후속 입법도 다급하다.
부동산 실수요자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인 취득세 영구인하 법안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 8·28 대책에서 밝힌 대로 주택의 취득세율을 6억원 이하인 경우 1%, 6억~9억원은 2%, 9억원 초과는 3%로 적시했다.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결손액은 지방소비세율을 5%에서 11%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해 보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단 여야간 이견이 없지만 다른 쟁점법안들에 대한 의견접근이 이뤄진 뒤 동시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영구적으로 없애기 위해 지난 2009년 4월과 2011년 7월 관련 법안을 제출했지만 “부자만을 위한 법안”이라는 야당에 강한 반발에 부딪쳐왔다. 상임위에 머물러 있는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용 관련 법안은 더욱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안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풀어주되 필요한 곳에만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라며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
민철 기자 tama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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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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