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 기업 존폐 위기”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간담회에서 질문에 대잡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임무송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중소기업계가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한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7일 오후 2시부터 중기중앙회 이사회회의실에서 중소기업 대표 40여명과 함께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을 초청해 2014년 주요노동이슈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통상임금 산정범위 확대에 대해 인건비 부담 가중으로 인한 기업경쟁력 저하와 노사관계 악화 등을 애로사항으로 지적하며 관련 법률 개정을 요청했다.

통상임금 범위를 ‘1임금산정기 내에 지급하는 임금’으로 명시하도록 관련법률을 개정해달라는 요구다.

이철순 한국제관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기업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법제화 등으로 임금 상승 중복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히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한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기존 26.7%에서 33.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비해 이에 대한 마땅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방 장관은 “아직도 연봉·호봉 위주의 임금체계가 다수를 이루고 있는 게 현실로 법안의 주요골자는 임금체계 개편”이라며 “대법원 합의체에서 부정된 것을 정부가 나서서 하기는 힘들겠지만 통상임금과 관련해 다양한 지원단과 전문가를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업종별로는 존폐가 달렸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장시간근로 개선을 통한 국민들의 삶의 질 제고와 고용률 70%를 달성코자 하는 방향에는 공감하나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일시에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1주당 총근로시간이 68시간에 달하는 단조, 도금, 금형 등 제조업은 존폐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여기에 현재 대법원에 ‘휴일근로시 연장근로로 중복인정해 임금 할증을 기존 1.5배에서 2배로 산정해야한다는 고법 판결을 받은 사건이 심리 중에 있는 만큼 휴일근로가 연장근로가 되는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조속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 규모별 적용시기를 차등 규정하고 적용일까지는 주 12시간 외에 별도로 16시간까지 추가하는 예외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박 이사장은 여기에 300인 미만 기업은 적용일부터 이후 3년간 연중 상시 8시간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주 60시간)하고 3년 후 부터는 주 8시간 한도에서 연간 208시간 허용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 장관은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과 관련해 “장시간 근로개선은 노사는 물론 국가 전체에 이익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근로시간은 생산성과 직결된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다만 “현재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여야 모두 입법안이 올라와 있다”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은 반드시 가야 한다는 목표지만 기업현장의 애로를 고려해 유예기간을 두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노사 합의 시 예외적으로 하루 근로시간 8시간을 허용함으로써 현행 주당 최장 근로시간 68시간을 중소기업에 한해 일정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과 외국인 인력 고용 문제에 대한 건의사항도 쏟아져 나왔다.

한상헌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저임금 주요 지급주체인 소기업·소상공인의 경영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소상공인의 체감경기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을 고려해 최저임금 안정화와 지역간 임금수준의 차이를 고려한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역시 “강원도에 가면 최저임금을 받지 않아도 취직하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못주면 범법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차등화는 기업들에게 심각한 문제”라고 부연했다.

외국인 인력 고용에 대해서는 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문제를 제기했다.

신규 외국인력 배정은 특정한 기간 내 신청을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에 근료계약 종료 후 출국하더라도 제때에 대체 외국인력을 사업장에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서 이사장은 “체류기간 만료 외국인 근로자의 적시성있는 대체 인력 수급체계 마련을 검토해 달라”며 “원활한 인수인계 및 업무공백 방지를 위해 체류만기 외국인 근로자 출국일 3개월 전에 대체 외국인력을 사업장내 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방 장관은 “말씀하신대로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이라며 “지역별 차등적용도 고려했으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어 장기 과제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확답을 피했다.

또 외국인 근로자 문제에 대해서는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우리 정부에 애로사항을 이야기하고 수요와 공급 간에 서로 잘 해야 하는 부분이라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한편 방 장관은 청년인턴제의 확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방 장관은 원종남 서울경인공예협동조합 이사장이 청년·장년인턴제도를 기존 ‘5인 미만 기업’ 뿐만 아니라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해 달라고 건의한 것에 대해 “산업현장의 수요를 한번 조사해 보고 가능한 방안들이 있는지 실무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화답했다.

김아연 기자 cs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