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KDDX 판결 후폭풍···軍 함정사업 관행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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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판결 후폭풍···軍 함정사업 관행 바뀌나

등록 2026.05.11 17:11

김제영

  기자

HD현대중공업 가처분 신청 기각···보안감점 '변수'충무공이순신함 사례 재조명···책임 구조 악화 우려기본설계·상세설계 분리, 함정사업 구조 변화 주목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법원이 KDDX 자료 공유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국내 함정사업의 '설계 연속성' 원칙을 깨는 선례가 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향후 함정사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사청, 경쟁 입찰 기조 유지···설계 연속성 원칙 '흔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는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낸 KDDX 기본설계 제안요청서(RFP) 배포 및 자료 공유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해당 자료에 약 10여 건의 영업기밀이 포함돼 이를 한화오션에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방사청은 이를 한화오션 측에 제공했고, 재판부는 이미 자료가 공개됐다는 점에서 회수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영업기밀 침해 여부보다 사업 진행의 불가피성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KDDX 사업이 2년 넘게 표류한 가운데 법원 역시 사업 진행 필요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방사청은 7월 중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최종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보안사고 감점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한화오션의 입찰 부담이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해당 자료에 노무단가와 신기술 공법, 제작 방식, 협력사 명단 등 구축함 건조의 핵심 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게 HD현대중공업의 입장이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은 보안감점이라는 변수도 안고 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2015년 일부 임직원이 KDDX 개념설계 등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보안 감점을 받았다. 벌점 적용 기한은 오는 12월 6일까지며, 적용 여부는 제안서 평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당사의 영업비밀이 경쟁사로 넘어갔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며 "국가사업의 공정성이 훼손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KDDX, 새로운 선례되나···설계 '이원화' 우려는


이번 KDDX 사례를 계기로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분리하는 이원화 구도가 국내 함정 사업의 새 선례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함정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 설계 연속성과 업무 효율성을 고려해 기본설계 사업자가 초도함 건조까지 맡는 일원화 구조가 원칙으로 굳어져왔다.

실제 방위사업청의 방위력개선사업 관리규정에 따르면 함정 사업은 장기간 소요되고, 설계와 건조가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특수성을 인정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를 수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방사청 개청 이후로 변수는 없었다.

이 같은 원칙이 생긴 배경에는 한국형 구축함 2단계 사업 '충무공이순신함(KDX-Ⅱ)'이 있다. 충무공이순신함은 방사청 개청 전인 1990년대 설계를 분리 입찰할 당시 진행된 사업이다. 기본설계는 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맡았으나, 건조 후 시운전 과정에서 수중방사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기술적 결함이 발견됐다.

문제는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업체가 달라 귀책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했다는 점이다. 특히 수중방사소음은 적 잠수함에 함정 위치를 노출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사안으로, 결국 대우조선해양이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조건으로 인도 절차를 밟았다. 이후 방사청은 2006년 개청 당시 함정 사업자 일원화 원칙을 훈령으로 명문화했다.

다만 이번 사례로 방사청 개청 이래 첫 분리 경쟁 입찰이 현실화되면서 향후 유사 사업 내 변수가 생길 경우 이 같은 방식을 요구하는 선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같은 구조가 무너질 경우 기본설계 단계부터 적극 투자할 유인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정사업에서 정부 예산과 무관하게 기업이 비용과 기술을 자체적으로 투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지는 사업 연속성이 있었다. 기본설계 투자가 위축되면 장기적으로 함정설계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이번 사례를 함정사업 전반의 구조 변화로 확대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군함 사업은 설계와 건조가 장기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설계 연속성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KDDX는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논란과 사업 장기 표류 등이 겹친 특수 사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KDDX 결과에 따라 향후 함정사업의 발주 구조 전반이 달라질 수 있다"며 "경쟁 체제 확대가 기술 경쟁 촉진이라는 장점을 가져올 수 있지만, 설계 분리가 성능 문제와 책임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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