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외국인 금융' 선점한 시중·지방은행···판도 흔들 '카카오뱅크' 출격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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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금융' 선점한 시중·지방은행···판도 흔들 '카카오뱅크' 출격 예고

등록 2026.05.11 17:08

김다정

  기자

영업점 축소 속 특화 점포는 확대···5대 은행 고객 700만 육박시중·지방은행 '오프라인 밀착' vs 카카오뱅크 '디지털 편의성'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외국인 고객 시장이 금융권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중·지방은행이 외국인 고객을 겨냥해 단순한 송금과 환전을 넘어 대출과 자산관리까지 서비스 확장에 나선 가운데 인터넷은행까지 출사표를 던지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이 300만명에 가까워지면서 은행권의 외국인 고객 선점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8만3247명으로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3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은행권은 외국인 금융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낙점했다.

현재 국내 외국인 금융 시장은 시중은행들이 강력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다. 다국어 지원 앱은 물론 평일 방문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주말에도 운영하는 '외국인 특화 영업점'과 '외환송금센터'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최근 은행권의 급속한 디지털 전환과 비용 효율화 방침에 따라 영업점이 사라지는 추세에서도 외국인 밀집 지역의 특화 점포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을 새로운 고객 기반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올해 3월 기준 외국인근로자 특화점포는 43개로, 전년 대비 8개 늘었다. 하나은행이 17개로 가장 많은 점포 수를 기록한 데 이어 ▲KB국민은행 8개 ▲신한은행·우리은행 5개 등이 뒤를 잇는다.

하나은행은 2003년부터 운영해 온 외국인 근로자 일요 영업점을 현재 17개까지 확대하며 주말 금융 사각지대를 공략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외국인 거주 비중이 높은 안산 외국인 특화지점을 포함해 최근에는 제주지역에 외국인 자산가들을 타깃으로 한 '글로벌PB' 채널까지 가동하면서 서비스 전문성을 높였다.

예·적금 위주였던 서비스가 대출과 전용 신용카드로 확대되며 외국인 고객 수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단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외국인 전용 신용카드와 전용 보험 상품 등을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는 올해 3월 말 기준 696만6721명으로, 전년 900만6972명과 비교해 3개월 만에 약 6만명 증가했다. 외국인 고객은 2023년 636만명에서 2024년 664만명, 2025년 691만명으로 연간 약 4%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상반기 내 7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취업자·유학생·장기체류자가 꾸준히 증가하며 안정적인 금융 수요층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지방은행들의 기세도 매섭다. BNK금융과 JB금융 산하 경남·부산, 광주·전북은행 등 지방은행은 지역 내 공단과 농어촌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 특화 점포와 서비스를 신설하는 데 이어 전북·광주은행의 경우 외국인등록증 발급 전이라도 외국인·재외동포 대상으로 비대면 계좌 개설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각축전을 벌이는 외국인 금융시장에 새로운 다크호스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4분기 외국인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본격 출시하면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겠다는 포부다.

시장에서는 오프라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경쟁자들과 대비되는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편의성'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 금융은 단순 결제보다 복잡한 증빙 서류 검토 등 정교한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프라인 창구가 없는 인뱅의 특성상 언어 장벽과 전문적인 상담 수요를 비대면으로 얼마나 완벽하게 구현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강성익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팀장은 "은행 시스템에 고객이 적응하길 바라기보다는 외국인의 특수성을 감안한 서류 간소화, 다국어 지원 등 고객 관점의 접근성 향상과 서비스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 이용 시 겪었던 복잡한 서류 제출과 본인 인증 절차를 모바일 환경에서 획기적으로 간소화하고, 실시간 AI 전문 번역 등 기능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최근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진출을 통해 쌓은 경험과 데이터에도 관심이 쏠린다. 해당 국가 출신 체류 외국인들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신용평가모델(CSS)을 적용할 경우, 기존 은행권에서 배제됐던 외국인 고객들을 대거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은 한 번 이용한 은행을 잘 바꾸지 않는 '락인(Lock-in) 효과'가 강한 편"이라며 "기존 시중·지방은행의 신뢰와 경험에 맞서 카카오뱅크가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가 향후 외국인 금융 시장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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