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용산개발’···경기지사 ‘GTX’ 쟁점재탕·삼탕 공약 현실성 낮고 세금폭탄 우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개발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쟁점으로 급부상했고, 경기도에서는 수도권광역고속철도(GTX)
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야를 막론하고 유권자에게 솔깃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부분 재원 부족으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형 사업들이거나 경제성이 없어 폐기된 국책 과제들을
재활용해 지역개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포장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개발사업의 목표, 우선순위, 이행 절차, 재원조달 방안 등 구체적 계획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뜨거운 감자’ 용산개발 = 용산개발이 다시 화두에 오른 것은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사업 재추진 의사를 밝히면서다.
그러나 재추진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 재추진에 대한 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업 당사자인 코레일은 소송전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부동산 시장에서 단계적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용산개발 재추진 가능성이 열렸지만 사업현장인 서부이촌동 일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7년 동안 희망고문 받으며 쌓인 불신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용산개발 추진 전 서부이촌동은 직장인들로 붐볐던 곳이다. 그러나 코레일, 한솔제지, 서울우편집중국 등 기관과 기업이 떠나면서 발길이 끊겼고 상권은 급속도로 무너졌다.
여전히 이곳 상가 골목에는 빛바랜 간판만 남은 문 닫힌 상점이 길게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개발이익을 믿고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받았지만 이들에겐 7년간 상처와 책임지기 어려운 빚만이 남았다.
호재에 민감한 지역인데도 부동산 시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호가가 미세하게 반응했으나 문의전화가 크게 늘거나 하진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서부이촌동 인근 A공인 대표는 “몇 년간 거래가 끊겨 시세를 정확하게 잡기조차 어렵다. 몇 건 안 되는 경매 낙찰가를 시세로 보면 된다”며 “사실상 반 토막 난 상황에서불확실한 호재에 달려들 투자자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제로섬 게임 GTX 건설 = 최근 여권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 모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사업 이행을 약속했다. 이들은 2기 신도시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교통문제를 해결, 침체한 부동산 시장의 거래 촉진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GTX 3개 노선 중 일산~삼성 A노선(36.4㎞)을 올해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 사업을 즉시 추진하기로했다. 총 사업비만 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국제금융위기 이후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과 비용 조달 문제, 사업성 부재 등으로 사업 추진이 2년 동안 표류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진행한 비용편익분석(B/C)에 따라 최근 추진이 결정됐다.
시장 전문가들이 분석한 GTX사업성은 KDI의 예측과 달랐다.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은 GTX A노선에 사업비 4조원을 투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원금과 이자, 운영비 등을 모두 합쳐 연간 약 2600억원이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요금을 2000원으로 산정했을 때 하루에 최소 36만명 수요가 있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 수요는 30만명을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
GTX는 이미 도입된 광역버스, 경의선과 지하철 3호선과 한정된 수요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칫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선거를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면 그에 따른 빚은 고스란히 주민이 떠안아야 한다”며 “‘달콤한 공약’ 이면엔 세금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성동규 기자 sdk@
뉴스웨이 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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