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LG가 국내 최정상의 대기업집단으로 올라설 때까지 똘똘 뭉쳤다. LG그룹이 유난히 인화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처럼 많은 오너일가가 존재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그러나 LG그룹의 덩치가 커지고 장자를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면서 각자의 몫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LG그룹은 2000년대 들어 다른 어느 기업보다 많은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먼저 구자경 명예회장의 형제들과 구본무 회장 형제들이 독립했다. LG패션, 아워홈, LB인베스트먼트, LIG, 희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LS와 GS가 분리했다.
LS그룹은 구인회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구태회, 고 구평회, 고 구두회 명예회장 등 이른바 ‘태평두 삼형제’가 LG전선·산전을 계열분리해 창립했다. GS그룹은 허씨 가문이 구씨 가문과의 오랜 동업관계를 끝내고 정유·유통·건설 등을 분리해 출범시켰다.
LG그룹에서 수많은 계열분리가 이뤄졌지만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삼성가에서는 삼성그룹과 CJ그룹이 오랫동안 갈등 관계를 이어오면서 최근 상속분재 소송으로까지 번진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또한 현대가에서 현대차·현대중공업·현대그룹으로 계열분리가 이뤄지는 과정은 ‘왕자의 난’으로 표현될 정도로 험악한 다툼이 있었다.
그러나 LG그룹만큼은 예외였다. LG는 어는 그룹보다도 많은 계열분리가 이뤄졌음에도 큰 다툼 없이 성공적으로 계열분리를 이뤄냈다. LG그룹이 오랫동안 강조해왔던 인화 정신이 발현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또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구자경 명예회장의 계열분리 과정을 막후 지휘하면서 불만을 잠재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구자경 명예회장의 미수연 축하자리에 LG가의 일가친척들은 물론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허씨 가문까지 총 출동했다는 점에서 LG그룹의 계열분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수차례의 계열분리를 겪으면서 LG그룹의 자산규모도 급격히 줄어들었고 국내 대기업집단 순위도 거듭 하락했다. 한때 1,2위를 다투던 재계 순위는 SK그룹에도 자리를 내주며 4위로 쳐져 있다. 게다가 LG그룹의 계열분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구자경의 회장의 삼남이자 구본무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여전히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자경 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4남인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은 현재 LG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구본준 부회장의 몫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유력한 대상은 구본준 부회장이 3.01%의 보유해 개인최대주주로 있는 LG상사다. 구 부회장은 LG전자 부회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LG상사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또한 LG상사는 그룹 내 타 계열사와 출자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하기에 용이한 지분구조다. 이에 따라 구본준 부회장이 LG상사와 몇몇 계열사를 분리해 독립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그려지고 있다.
강길홍 기자 sl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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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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