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전면 시행시 최대 27.5조 추가 부담···재계 집단반발中·美·日도 부작용 우려해 안하는데··· 2020년 연기 요청2기경제팀도 “문제많다”···기업부담 최소화 방향으로 가야
재계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재계 손실까지 막심하다는 주장이다. 정부에선 이 문제를 놓고 부처간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환경부는 기존 입장을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경제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는 기업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보완돼야 한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23개 경제단체는 최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업체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해 그 범위에서만 배출하되 만약 할당된 배출량을 넘기거나 여분이 생길 경우 다른 업체와 이를 사고 팔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경제계의 입장을 발표한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대내외 경제 환경이 좋지 않은 가운데 내년 1월부터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될 경우 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면서 “시행에 앞서 정책 실효성 및 현실적인 여건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제도 수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계는 정부에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2020년 이후로 연기해달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전 세계가 동시에 감축해야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한데 이산화탄소배출 상위국인 중국과 미국, 일본 등이 시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시행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비중은 중국이 28.6%, 미국이 15.1%, 일본이 3.8%로 한국은 1.8%에 불과하다. 심지어 재계는 “우리가 먼저 시행하는 것은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공장 옆에 공기청정기를 트는 격”이라고 빗대어 표현했다.
경제계에 따르면 미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등은 일부 국가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담해서는 실질적인 효과없이 자국 산업의 경쟁력만 훼손된다는 이유로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다루는 교토의정서 참여를 거부하거나 탈퇴했다.
재계가 제도 수용을 거부하는 이유 중 또다른 하나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인 배출권 거래비용에 대해 명확한 산출근거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경제계는 2015~2017년 단 3년간 최대 27조5000억원을 추가 부담할 수도 있어 생산 및 고용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당량의 근거가 되는 배출전망치 산정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정부로부터 듣지 못했다는 게 재계의 불만이다.
따라서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제도 수용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배출전망치에 대한 근거가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또 배출권 거래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전면 재산정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계는 산업구조와 에너지 기본계획 등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 산정된 배출전망치를 유지한 정부 결정에 의문을 갖고 있다.
정기철 한국철강협회 상무는 “포스코 광양 고로, 파이넥스를 비롯해 철강업계에서는 최근 800만톤 이상이 증설돼 새롭게 가동되는데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는 반영이 안된 상태”라며 “당장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키려면 공장가동을 줄여야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정 상무는 “철강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신증설하는 부분에 대해서라도 전망치를 수정해 재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철강업계는 중국, 일본등과 생존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어 배출권거래제 때문에 8000억원에서 4조원까지 추가 부담금이 발생할 경우 경쟁력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이종희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정부는 ‘기업이 말하는 부담과 손실정도가 정말 맞을까’하는 불신을 하고 있고 기업도 정부 정책에 대해 못 믿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상무는 “이런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며 “정부가 직접나서 애로사항과 피해량에 대해 명확히 하고 문제가 확인 되면 배출권 재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조치를 촉구했다.
전경련 등에 따르면 정부에서는 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전임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약속을 했기 때문에 꼭 지켜야 하며 국무회의에 보고 돼 더 이상 손대기가 어렵다는 원칙론을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5일 경제계의 입장발표가 있기 직전 급하게 행사 참석을 전경련측에 통보해 왔다. 발표 이후 비공개로 토론회를 진행하자는 제안과 함께다. 행사를 주최한 전경련측에서는 부랴부랴 행사 진행순서를 바꾸는 등의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토론회에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에서 관련 국장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의 반대 입장을 담은 기사들이 온라인에 쏟아지던 때였기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소통을 연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부처간 갈등도 야기되고 있다. 재계의 성명발표 다음날인 16일 환경부는 “산업계가 산정한 추가부담액은 비현실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배출전망에 근거한 것”이라고 재계 주장을 반박했고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에 대한 재검증도 이미 실시했다”면서 제도 강행의 의지를 내비쳤다. 사실상 재계의 성명을 ‘엄살’로 치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2기 경제팀’ 이라 불리는 최경환 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은 ‘배출권거래제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되면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식의 발언을 했고 정홍원 국무총리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2015년에 시행하기로 했지만 산업계 부담 등을 고려해 관계부처간에 좀 더 논의하도록 하겠다”면서 재계 달래기에 나섰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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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lucas201@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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