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진家, 각 분야서 두각···‘유력 후계자’ 장남 견제 능력 충분식품재벌 대상, 세령·상민 자매 치열한 경쟁 속 동생 지주사 지분 우위현대그룹, 차녀 정영이氏 현대상선 입사···맏딸 정지이 전무 견제
물론 장남의 상속을 우선시하는 우리 전통의 문화 때문에 아들이 있는 기업은 아들이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곤 한다. 그러나 꼼꼼한 성미를 바탕으로 이름값을 높인 몇몇 딸들은 이미 후계 경쟁구도에 여러 차례 거론된 바 있다.
현재 재계 내에서 오너의 딸들이 나란히 경영에 참여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삼성그룹은 사실상 유일한 후계자로 자리를 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외에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삼성 창사 이래 첫 여성 CEO가 된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10년 취임 이후 호텔신라의 각종 경영 실적을 크게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면세점 사업을 통해 수익은 물론 삼성과 신라호텔의 국제적인 브랜드 이미지도 높이 올렸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외모는 물론 경영 현안 처리 과정에서 사리분별이 확실하다는 점이 아버지를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더불어 향후 삼성을 이끌어 갈 유력한 후계자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다만 최근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과의 결혼 생활이 15년 만에 파경을 맞아 향후 경영 후계구도의 변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상대적으로 삼성의 후계구도 경쟁에서 한 발짝 밀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사장이 현재 맡고 있는 사업의 무게감 때문이다.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에서 패션 사업과 광고 기획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이 사장의 담당 사업이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올릴 수 있는 사업인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수익 규모만 따지자면 주력 사업과 거리가 있다.
게다가 이 사장은 경영자보다 디자이너로서의 이미지가 더 크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서현 사장은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예술계 학교를 줄곧 나온 미술학도 출신이다.
전공 계열을 경영 능력 판단의 잣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정통 인문·경상계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서현 사장의 경영권 승계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대신 남편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역할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진그룹은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장남 조원태 한진칼 대표, 막내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가 모두 경영에 나서고 있다. 이 중에서는 조원태 대표의 입지가 약간 앞선다.
그럼에도 조 부사장과 조 전무의 이름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은 두 사람의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 부사장과 조 전무는 담당 사업의 색깔만큼이나 각자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 조 부사장이 외부 노출을 상대적으로 꺼리는 것에 비해 조 전무는 TV 토크쇼 출연이나 외부 강연, 동화책 출간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외부 활동에 매우 적극적이다.
조 부사장은 호텔과 기내식, 기내 서비스 부문에서 가시적 경영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한식을 기반으로 한 기내식을 내놓고 승무원들의 서비스 품질을 꼼꼼히 체크한 덕분에 글로벌 항공업계 내에서 대한항공의 서비스 품질을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대 대기업 최연소 임원’으로 이름을 알린 조 전무는 광고회사에서 일한 경력과 특유의 센스를 바탕으로 다양한 광고를 제작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한항공의 광고가 국내외 광고 시상식을 휩쓴 원동력이 조 전무에게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언급된 딸들이 장남의 그림자에 가려진데 반해 대상그룹은 자매간 경영권 승계 경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슬하에 임세령 대상 식품사업총괄 상무와 임상민 대상홀딩스 상무를 뒀다.
임세령 상무는 사업 성과보다 혼인 경력 때문에 이름을 알렸다. 임 상무는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 중이던 지난 1998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결혼해 재계 안팎에 큰 화제를 일으켰으나 11년 뒤인 2009년 협의 이혼했다.
경영 참여는 언니 임세령 상무가 더 빨랐다. 임 상무는 2009년 이재용 부회장과 이혼한 뒤 대상그룹 내에서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큰 성과는 보지 못했다. 동생 임상민 상무는 2012년 7월 런던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뒤 대상그룹에 입사했다.
그러나 지분 경쟁에서는 동생의 반격이 더 거세다. 대상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는 동생 임상민 상무가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임상민 상무는 35.8%의 지분을 보유해 20.4%를 보유한 언니보다 후계 승계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임세령 상무는 대상홀딩스의 자회사이자 친환경 유기농식품 유통업체인 초록마을의 지분 22.7%를 갖고 있다. 최근 임상민 상무가 언니를 견제하기 위해 대상홀딩스가 처분한 초록마을의 지분 일부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분율은 3% 안팎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향후 경영 성과의 향배에 따라서 둘 중 더 획기적인 결실을 거둔 딸에게 임창욱 명예회장의 지분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임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각 계열사별 지분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자매간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임 명예회장의 지분이 증여될 경우 경영권 승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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