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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 “‘빅매치’ 속 흡연, 진짜 죽을 뻔했어요”

[인터뷰] 보아 “‘빅매치’ 속 흡연, 진짜 죽을 뻔했어요”

등록 2014.12.05 14:51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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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아시아의 별’이란 단 하나의 수식어를 가진 연예인. ‘한류’의 중심에 서 있던 폭풍의 눈. 한 때는 할리우드가 주목하던 아시아권 최고의 스타 중 한 명. 가장 최근까지는 국내 최고 기획사의 캐스팅 담당자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예비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던 대 선배. 살아온 인생의 반 이상을 하늘에 떠 있는 찬란한 별로 살아왔다. 이제 그가 땅으로 내려와 발을 내딛었다. 보아는 가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었다. 이제 그런 보아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아니 새로울 것도 없다. 이미 지상파 단막극과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바 있다. 국내 상업영화에선 카메오로 출연해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했다. 그리고 그 보폭을 넓혔다. 이정재 신하균 이성민 김의성 라미란 배성우 손호준 등 이름만 들어도 ‘핫’한 캐스팅 라인업에 한 축을 꿰찼다. 보아가 가수에서 배우로 변신한 순간이다. 영화 ‘빅매치’의 보아다.

보아의 ‘빅매치’ 합류에 영화계 관계자들 대부분이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보아와 실제 친분이 두터운 배우 이정재도 보아의 ‘빅매치’ 캐스팅 소식에 “네?”라며 3초 정도 머뭇거렸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보아의 연기적 자질에 의문점을 품은 것이 아니다. ‘의외’라는 반응 속에서도 그의 자질에 대한 물음표는 없었다. 사실 그냥 보아와 ‘빅매치’ 그리고 ‘빅매치’ 속 ‘수경’이란 인물의 교집합이 언뜻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하하하. 정재 선배님의 인터뷰 그 내용 저도 봤어요. 만나서도 얘기해 주셨고. 사실 제가 생각해도 그럴 것 같았어요. 그냥 저한테 제의가 왔어요. 아마도 ‘관능의 법칙’ 때 제작사인 명필름 심재명 대표님이 절 생각하고 카메오 출연을 제의하셨고, 그때 쯤 심 대표님의 친 동생이신 보경사(빅매치 제작사) 심보경 대표님이 심재명 대표님과 ‘빅매치’의 수경 역할을 의논하신 걸로 알아요. 그때 제 이름이 나오고 그냥 저한테 시나리오가 왔는데, 어 재미있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낀 부분은 극중 수경의 캐릭터 설정. 우선 여성 프로복싱 선수로 나온다. 이미 10대 초반 데뷔 후 딱 인생의 절반을 무대 위에서 보냈다. 지금의 아이돌 스타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을 참고 견디며 살아온 보아다. 이정재 역시도 보아의 그런 면을 높게 샀다. 연출을 맡은 최호 감독도 분명 보아의 그런 면과 극중 수경의 오버랩을 봤을 듯하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우선 몸 쓰는 연기가 많잖아요. 아니 거의 제가 살아온 인생의 대부분을 무대에서만 보냈는데 솔직히 액션은 정말 자신 있었어요. 물론 혼도 많이 났죠(웃음). 어떤 동작이 안돼서 혼이 난 적은 없고, 자꾸만 제가 춤을 추고 있데요. 하하하. 무술 감독님이 계속 ‘제발 춤 그만’이라며 하소연을 하시는 데(웃음). 그래도 동작을 외우고 연기하는 장면은 꽤 수월했던 것 같아요. 아우 나 혼자 너무 ‘자화자찬’인가 봐요. 하하하.”

액션을 포함한 몸 연기에만 보아가 특출함을 보인 것은 아니다. 영화 속 수경을 보면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으로 갈수록 수경의 표정변화가 미묘하다. 서늘한 냉기가 돌 정도로 냉소적인 표정에서 점차 인간적인 면을 찾아가는 미세한 변화를 보아는 잡아냈다. 그 순간을 포착한 소감에 보아도 만족한 듯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연기 신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아닐까.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처음 에이스와 함께 일을 하면서 자신의 운동 인생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내려 놓은 채 사는 인물이 수경이에요. 사는 데 큰 의미를 두지 못하는 인물이죠. 하지만 살아가면서 또 익호를 만나면서 뭔가 예전에 느꼈던 어떤 열정을 찾는 거죠. ‘다시 살아봐야겠다’란 마음을 먹어요..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어둡고 복잡한 인물이 수경이에요. 제일 다크한 인물이죠. 감정신이 여러 장면 있었는데 최종 상영본에선 편집이 됐어요. 많이 아쉽죠.”

그의 말처럼 ‘빅매치’를 보면 수경은 평면적인 구조로 표현돼 있다. 하지만 실제 시나리오와 촬영에선 더욱 많은 장면이 담겨 있었다. 촬영 본을 보던 스태프들이 연출을 맡은 최호 감독의 전작 ‘사생결단’을 얘기하며 “여성판 사생결단이다”고 농담을 했단다. 그만큼 영화 속 수경이란 인물은 쉽게 볼 캐릭터가 아니었다. 결국 영화 전체의 톤을 위해 과감히 수경의 스토리가 삭제됐다. 최 감독도 보아에게 미안함을 전했다고. 하지만 보아에게 진짜 어려웠던 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담배였단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편집이 아쉬운 것은 있는데 그건 뭐 배우라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진짜 촬영하면서 담배 피우는 것은 정말 못참겠더라구요. 이건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정말 감독님한테 울면서 호소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특히 차안에서 창문 닫고 담배를 피우는 장면에선 눈알이 빠질 정도로 고통스러웠죠. 담배도 입에서만 뻐끔거리고 내뱉으니깐 다른 스태프들이 ‘관객들이 다 안다’고 그래서 몇 모금 마셨다가 신세계를 맛봤죠. 진짜 정신을 잃을 정도였어요. 하하하.”

고생했던 추억을 떠올리다보니 영화 속 익호와 수경의 한강변 결투 장면도 이어졌다. 도망치는 익호를 수경이 잡아야 하고 이를 말리기 위해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그리는 시퀀스다. 남녀 성대결의 이종격투기를 연상케 하는데 영화 속에서의 묘미는 에로틱함으로 그려져 웃음을 자아냈다. 그 장면에서 보아는 “영하 17도의 강변 촬영이었다. 정말 지옥이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정재 선배님과는 워낙 친해서 둘이 이렇게 저렇게 합만 맞추고 뒤엉켰죠. 그런데 그때가 영하 17도의 가장 추운 날이었어요. 영화를 자세히 보시면 저나 정재 선배님이 진짜 추워하는 모습이 보여요. 얼굴이 얼고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데 진짜 추웠어요. 온 몸이 얼어서 제대로 동작도 안 나오고, 나중에는 칼바람에 어떻게 찍고 끝났는지 기억도 안났어요(웃음).”

워낙 고생을 하면서 찍은 영화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현장의 열악함보다는 영화 자체의 스토리가 원래 거세다보니 배우들의 고생담은 충무로의 무용담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보아도 ‘빅매치’의 고생담 중심에 서 있었다. 아니 보아 자체가 ‘빅매치’의 고생담이었다. 그는 ‘빅매치’의 열린 결말을 두고 속편 제작 여부를 묻는 질문에 농담처럼 손사래를 쳤다. 편집된 수경의 얘기가 2편에 펼쳐진다면 어떨까. 보아 버전의 ‘빅매치’ 말이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아이고, 나보고 죽으라고 하세요. 하하하. 농담이지만 듣기는 너무 좋네요. 저처럼 신인 여배우가 이런 사이즈의 영화 주인공이라니. 생각만 해보 즐거운데요. 그런데 ‘빅매치’의 정재 선배님이 한 걸 제가 고스란히 해야 하다니. 어휴, 이거 정말 생각 좀 배와야 겠는데요(웃음). 그런데 흥행에 크게 성공해서 속편 제작이 들어가고 수경의 얘기가 중심이 된다면. 음, 제가 달려들겠죠. 하하하.”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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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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