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강제해산 결정···3년 만에 역사속으로

1년 법리공방···헌재 ‘인용 8, 기각 1’ 갈려

박한철 “국가존립 위해, 법치주의 위배”

5명 전원 의원직 상실···국고보조 환수

이정희 대표와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정당해산 결정 직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김동민 기자 life@

진보정당의 맏형 격인 통합진보당이 창당 3년 만에 결국 강제 해산됐다. 5명의 소속 의원들도 의원직을 상실했다.

헌법재판소는 19일 오전 서울 재동 대심판정에서 열린 정당해산심판 선고에서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최종 결정했다. 박한철 헌재소장을 비롯한 9명의 재판관 중 8명이 인용, 1명이 기각한 결과다.

박 소장은 재판관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로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은 국가존립에 위해가 되고 법치주의를 위배했다”며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섰고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혐의를 비롯해 비례대표 부정 경선,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등 실정법 위반 사례를 열거하며 “통합진보당이 최종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이날 헌재는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역구 의원인 오병윤·김미희·이상규 의원과 비례대표인 김재연 의원, 구속 수감 중인 이석기 의원 등 5명의 의원은 이날 모두 의원직을 잃게 됐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통합진보당의 정당 등록을 말소 처리했다. 아울러 수입·지출 계좌 압류를 시작으로 국고보조금 환수 절차에 착수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결정 직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헌재가 스스로 전체주의의 빗장을 열었다”며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역사의 후퇴를 막지 못한 죄를 저에게 물어 달라”면서도 “정권은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고 손발을 묶었지만 우리 마음 속에 키워온 진보정치의 꿈까지 해산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향후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헌재의 결정에 따라 법무부와 통합진보당이 지난 1년 동안 벌인 치열한 법리공방도 막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법무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 이후 양측은 18차례의 공개변론을 가졌고 양측이 제출한 서면 증거는 각각 2907건, 908건에 달했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