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토요일

  • 서울 10℃

  • 인천 11℃

  • 백령 9℃

  • 춘천 12℃

  • 강릉 6℃

  • 청주 11℃

  • 수원 12℃

  • 안동 12℃

  • 울릉도 8℃

  • 독도 8℃

  • 대전 12℃

  • 전주 11℃

  • 광주 13℃

  • 목포 11℃

  • 여수 13℃

  • 대구 14℃

  • 울산 12℃

  • 창원 13℃

  • 부산 14℃

  • 제주 15℃

환율전쟁 격화, 통화정책 딜레마 빠진 한국

환율전쟁 격화, 통화정책 딜레마 빠진 한국

등록 2015.01.07 14:11

송정훈

  기자

공유

美,달러 강세 유도···日·EU·中 자국통화 가치 하락 ‘맞물’
환율 변동성 급격히 늘어···대외의존형 한국경제 직격탄
한은 딜레마···외국자본유출 방지냐, 경기부양 효과냐
단기긴급처방과 함께 산업혁신 등 경제체질 개선 나서야

환율전쟁의 소용돌이가 거세질 전망이다. 각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서로 엇갈리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져 예측 불가 상황에 들어갔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100%가 넘는 무역의존도를 보이는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통화정책이 제한적인 만큼 신중하게 금리 등의 조정시기를 정하라고 주문했다.

또 선물환포지션을 줄이는 단기처방과 중장기적으로 신성장동력을 지원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돈 모으기’···일본·유럽·중국은 ‘돈 풀기’

환율전쟁의 시작은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통화정책이 차별화되면서다. 미국은 달러 강세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일본, 유럽 등은 경기부양 차원에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나 홀로’강달러(달러 강세) 이면에는 미국경제가 회복세가 자리하고 있다. 작년 12월 IMF의 ‘저유가발 글로벌 경제 영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0.2~0.5% 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 이를 지난 10월 IMF가 내년 미국경제 성장률로 제시한 수치(3.1%)에 더하면 내년에 미국경제가 3.3~3.6% 성장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고용지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작년 12월 미 노동부가 발표한 작년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가 2012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32만1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0년 10월 이후 50개월 연속 증가한 것이다. 실업률 역시 5.8%를 기록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완전고용이라고보는 5.2%∼5,5%에 근접했다.

강달러 추세와는 달리 경기 침체 위기가 조성된 일본과 유럽 등에선 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바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초엔저 정책을 실시했다. 지난해 5월 달러당 10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120엔대를 찍어 엔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불룸버그에 따르면 28개 투자은행의 전망을 취합한 올해 엔화 가치는 1분기에 달러당 120.6엔에서 4분기엔 125.5엔으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수출과 중소기업 실적 악화 등 경기개선이 나타나지 않아 조기 총선으로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내각은 올해 엔저 기조를 더욱 강화할 태세다.

유럽의 경기침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9달러대까지 급락했다. 심리적 지지선인 1.2달러선이 무너진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확대를 선언한데 이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예금·대출 기준 금리와 지급 준비율을 잇따라 낮출 태세다. 뉴욕에 본부를 둔 경제연구기관 컨퍼런스 보드는 최근 “중국 경제가 2015∼2019년 연평균 5.5% 성장세로 둔화된 뒤 2020∼2025년에는 3.9%로 다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경제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중국도 시중에 돈을 더 풀겠다는 것이다.

◇대외의존 100% 한국경제, 수출 ‘적신호’

대외의존도 심한 한국경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일본 등이 자국통화 가치 하락을 주도하면서 우리의 수출경쟁력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입총액을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지난해 무역의존도는 105.9%다. 지난 2011년 113.5%로 치솟은 이후 3년 연속 연속 100%를 넘은 것이다.

경제교과서 대로라면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도움이 되고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물가가 낮아져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된다. 그러나 각국 통화정책이 상반되게 움직이면서 환율 불안정성이 커져 수출과 수입 모두 위축될 위기다.

우선 엔저 쇼크는 수출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 수출 상위 100대 품목과 일본 100대 품목 중 55개가 중복된다. 이 중복 품목이 우리 총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54%다. 특히 정유와 자동차 부문에서 우리는 일본과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엔저가 심화될수록 우리에게 불리한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은행의 전망대로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5.4% 절하되고 이에 따라 엔화 대비 원화가 5.3% 절상(엔화 절하)되면 우리의 경상수지는 68억 달러 축소된다. 지난해 10월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0원선이었지만 현재는 925원으로 떨어지는 등 엔저 공습은 현실이다.

유로화 약세도 문제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는 유로존 경기는 유로화를 쓰지 않는 다른 유럽 국가의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져 유럽 전체의 통화 절화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 독일 경기 침체 등으로 한국은 15%를 차지하는 대유럽 무역시장에서 고전을 겪을 수 있다.

우리나라 무역에서 26%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시장의 위안화 절하 움직임도 악재다. 세계시장에서 중국과 경합하는 조선·휴대전화·디스플레이산업 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강달러도 우리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원화 약세가 수출에 유리할 수 있지만 우리무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분에 1에 불과하다. 특히 수입 물가 상승은 소비나 투자를 저해할 수 있어 경기부양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은 금리 조정 ‘딜레마’···경제혁신 근본책 내놔야

문제는 환율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에서 우리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금리를 올릴지 내릴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일단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한국도 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가 생긴다. 자본유출입 강도가 높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미국의 높은 금리를 따라 외국인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늦어도 올 하반기나 4분기 중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정도 상징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아직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지 못한 만큼 자금 유출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각국이 저성장·저물가 기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펴는 것은 금리를 내려야 할 요인도 생긴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에 따라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자본유출을 막는 긴급조치가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체질 개선을 통한 수출경쟁력 상승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단기·장기 전략을 병행하라는 것이다.

다만 미국 금리 인상에 곧바로 대응하지 말라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은 기준금리를 올해 중 올릴 것이지만 우리가 이에 보조를 맞춰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정부가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투입키로 한 부양의 교과는 1∼2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섣불리 긴축 통화 정책을 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본,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 회복과 국내 경기 회복세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주문이다.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해외자본유출을 막는 단기 처방으로는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 비율을 말하는 선물환포지선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화건전성 부담금 등으로 구성된 이 제도는 외국인 자금의 건전하고 장기적인 투자를 유도키 위한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지낸 채욱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선물환포지션을 줄이고 부과되는 세금, 부담금을 낮추면 외국 자금 이탈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며 “국채 발행물량을 일시적으로 줄이거나 단기물을 늘려 달러를 끌어 오는 방안 등도 정책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체질 개선을 통한 기업 경쟁력 상승만이 환율 전쟁 속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병규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은 “환율 변동성 등 대외악재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창조경제 등을 통해 기업이나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 뿐”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기술(IT)인 핀테크를 통한 금융산업혁신이나 강달러나 엔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헬스케어부문 등에 대한 정부의 육성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정훈 기자 songhddn@

뉴스웨이 송정훈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