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허위’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던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이 김영한 민정수석의 갑작스런 사퇴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당 대표의 수첩에서 일련의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공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자신의 수첩을 꺼내 내용을 확인하는 장면이 본지 카메라에 잡혔다.
수첩에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언급한 보궐선거 공천과 지도부 신년만찬 등의 일정이 담겨 있다.
수첩에 담긴 내용을 본지가 여러 통로로 확인해 본 결과 페이지 가운데 적힌 ‘X실장···정치적으로 묘한 시기여서 만나거나 전화통화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난 후 연락하겠다’라는 내용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하단에는 ‘문건파동 배후는 K, Y’라며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K, Y가 누군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K, Y의 이니셜은 청와대 수석급 이상을 지칭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우선 청와대 수석급 이상 인사들로 범위를 좁혀볼 때 이니셜 K로 지칭된 인물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일 가능성이 있다는 애기가 떠돌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9일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거부하면서 전격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또 다른 이니셜인 Y는 윤두현 홍보수석을 지칭하는 표현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김무성 대표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 오찬에서 정윤회씨 딸과 승마협회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실·국장 교체건에 대해 “청와대 홍보라인에서 왜 그냥 방치했나”라고 우회적으로 윤 수석을 겨냥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정치권에서 나도는 추정일 뿐이다. 김 대표가 직접 K,Y를 거론한 수첩의 내용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이상 이들이 누구인지는 밝혀질 가능성은 낮다.
이와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수첩의 내용에서 K,Y가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가려낼 수 없겠지만 김 대표나 아니면 통화를 했던 인물이 문건 파동의 배후를 K,Y로 지목한 듯 하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가 이 같은 내용을 수첩에 기록했다는 것은 평소 청와대 수석들에 대한 반감이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실제로 김 전 수석의 항명 파동과 사퇴 등에 대해 “아랫사람들이 대통령을 잘못 모시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무성 대표실 관계자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의 수첩에 담긴 내용인 만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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