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론 제시했지만 재계는 ‘묵묵부답’
국내외 수요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적정한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5단체장을 만났다.
명목상은 재계에 경제 활성화와 구조개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실상은 그동안 강조해온 ‘기업의 임금 인상’을 재계에 압박하기 위한 만남이었다.
결론은 최 부총리의 압박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가 “임금 인상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꼬리를 내렸다.
◇최 부총리 “경제 살리기 위해 적정 임금 인상해달라”= 최 부총리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5단체장과 간담회를 갖고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들도 일자리 창출, 청년 고용, 적정 수준의 임금인상, 투자 활성화에 적극 동참해 달라”며 기업의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을 요청했다.
대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는 최 부총리가 강조해온 ‘기업의 적정한 임금 인상’에 대한 내용에 방점이 찍혔다. 최 부총리는 “적정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해 소비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 강연에서 ‘기업의 임금 인상 필요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이후 줄곧 공식 석상에서 ‘임금 인상’을 강조해왔다. 최저 임금에 대해서도 “현 정부들어 연간 7%대로 올라 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제 회복이 미약한 상황에서 수요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밖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것. 임금이 오르면 가계의 소비를 독려해 유효수요가 창출되고 이를 통해 내수활성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최 부총리의 의중이었다. 이는 사실상 정부의 마지막 카드였다. 확장적 재정정책 등 경기회복의 마중물을 붓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생산·내수·수출 등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디플레이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기업 투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최 부총리는 “정부는 기업투자 촉진프로그램을 통해 장기 투자로 자본 회유 기간이 길거나 투자리스크가 큰 분야를 지원하겠다”며 “정부가 민간 이익뿐만 아니라 손실공유하는 새로운 방식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대내외 환경 악화로 임금 인상 어려워 = 하지만 재계의 반응은 써늘했다. 세계 경제 악화 등 불확실성 큰 경영 환경에서 선뜻 정부의 뜻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 특히나 통상 임금, 60세 정년 연장 등 기업 생산성을 저해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이라 정부의 압박에 기업은 요지부동이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임금인상에 대한 정부의 정책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산업 경쟁력이 악화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금은 한 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커 진행과정에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최저임금 문제는 경제구조, 소득구조를 고려해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을 가지고 추진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을 걷고 있다는 경제상황에 대해 정부와 재계의 인식은 같았지만, 재계는 이런 상황 속에서 임금을 인상한다는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반색했다.
박 회장은 “미국, 일본과 달리 우리 경제는 내수가 협소해 소비촉진도 중요하지만 국제 경쟁력이 악화되지 않고 수출 둔화로 이어지지 않게 정부에서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도 정부의 압박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에 설득당한 모습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반영한 듯 최 부총리는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사후브리핑을 통해 “개별 기업의 임금은 노사간 임금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라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임금 인상 여력이 있는 기업은 조금 더 하고 여력이 없는 기업은 덜하는 차원에서 적정한 수준의 임금 인상을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 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최저 임금 위원회라는 회의체를 통해 (최저 임금을) 결정하게 돼 있는데 일반적으로 경상 임금 플러스, 소득재분배 기능을 반영한 수준에서 결정해왔다”면서 “그 과정에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인데 이를 다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은경 기자 cr21@
뉴스웨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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