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문·최대 10조원 규모···한화, 현지 공급망 승부수미군 탄약 호환성·현지 생산능력, 시제품 선정 변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대 1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 육군 차세대 자주포 사업의 첫 관문에 도전한다. 이달 시제품 제작업체 선정이 예정된 가운데 단순한 무기 성능보다 미국산 탄약 체계와의 상호운용성, 현지 생산 기반 구축 능력이 사업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 육군은 '기동형 전술포(MTC·Mobile Tactical Cannon)' 시제품 제작업체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외신은 미 육군이 MTC 사업의 차륜형 자주포 시제품 계약을 7월 중 체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기준 미국 연방정부 조달정보 사이트에는 선정 결과는 게시되지 않은 상태다.
MTC 사업은 미 육군이 운용 중인 155㎜ M777 견인포를 대체하기 위한 차륜형 자주포 사업이다. 견인포와 달리 자체 이동 능력을 갖춘 자주포는 사격 후 신속하게 진지를 이동할 수 있어 적의 포병과 미사일을 찾아 타격하는 대화력전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사업 규모는 약 500문으로 최대 1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자주포 가격은 차량 자체뿐 아니라 탄약과 교육·훈련, 군수지원, 현지 생산 및 기술이전 범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최근 해외 패키지 계약을 단순 환산하면 자주포 1문당 1000만∼1700만달러 안팎이다. 최종 도입 물량과 양산 금액은 시험평가와 예산 심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계열을 기반으로 개발한 차륜형 자주포 'K9MH'를 제안했다.
한화 측은 세계 각국에 2000문 이상 공급된 K9 계열의 운용실적과 생산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미 검증된 포병체계를 활용해 개발 위험과 양산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K9 계열의 높은 수출실적이 곧바로 MTC 사업의 우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 육군이 평가하는 대상은 기존 궤도형 K9이 아니라 미국산 차륜형 플랫폼과 자동화 포탑을 결합한 K9MH다. 미국산 155㎜ 탄약과의 호환성, 자동장전체계의 안정성, 화력지휘망 연동 능력 등을 새롭게 입증해야 한다.
한화에어로가 넘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현지화다.
미 육군이 자국 내 생산과 안정적인 부품 공급망을 중시하는 만큼 무기 성능만으로는 수주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화가 미국 현지에 통합·시험시설을 마련한 것도 시제품 검증과 향후 생산 준비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다.
한화의 미국 법인 한화디펜스USA는 앨라배마주 오펠라이카에 K9 계열 자주포 통합·시험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현지 공장을 3년간 임차하고 2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시제품 통합과 시험, 생산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초기 단계에서 약 40개의 현지 일자리도 창출한다. 오펠라이카 시설은 한화가 미국 현지화에 착수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초기 거점이다.
다만 시제품 통합·시험시설인 만큼 향후 대규모 양산에 대비한 생산라인과 현지 부품 공급망은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양산 단계에서 미국 내 조달 비중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수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쟁업체들도 미국 시장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공식 참가업체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엘빗아메리카의 '시그마', KNDS의 'CAESAR', 아메리칸 라인메탈의 'RCH155' 등이 주요 경쟁 상대로 거론된다.
시그마는 미국 내 생산기반과 자동화체계를, CAESAR는 실전 운용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RCH155도 자동화 포탑과 차륜형 장갑차 기반의 기동성을 앞세워 사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로서는 K9 계열의 운용실적뿐 아니라 미국에서 신속하게 생산체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하는 셈이다.
이번에 시제품 제작업체로 선정되더라도 최종 수주까지는 실사격과 장병 운용평가, 미 의회의 예산 심의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이번 결과는 10조원 규모의 최종 계약이 아니라 본계약 경쟁에 참여할 자격을 확보하는 첫 단계라는 의미가 크다.
한화가 첫 관문을 통과하면 미 육군의 실사격과 장병 운용평가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이후 시험평가 결과와 현지 생산계획 이행 여부가 최종 양산사업자 선정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 육군은 전력 공백을 빠르게 메워야 하는 만큼 최고 성능보다 정해진 일정 안에 안정적으로 시제품을 완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초기 도입가격뿐 아니라 후속 군수지원과 정비비용을 포함한 총수명주기 비용, 양산 전환 과정의 개발 위험이 업체 선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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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lsy2665@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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