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과 류승룡이 만났다. 두 연기파 배우는 ‘손님’에서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비밀을 가진 마을의 ‘절대권력자’ 촌장과 부르지 않았는데 마을로 발을 들인 ‘피리 부는 사나이’ 우룡 역으로 출연, ‘손님’의 시작과 끝을 책임진다. 차가운 은발과 처음 기른 수염으로 온화한 미소 뒤편, 음산함을 풍기는 독재자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이성민과, 어수룩하게 들리는 사투리와 절룩이는 발걸음으로 비밀을 가진 마을로 들어서는 ‘손님’ 류승룡은,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꽉 짜인 질서 속에 굴러가는 작은 왕국의 독재자인 촌장, 그리고 그 질서를 교란하는 외부로부터 온 존재 우룡으로 대립이 불가피한 캐릭터로 만난 이성민과 류승룡은 동화를 연상시키는 따뜻한 느낌과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섬뜩하게 전환되는 영화의 분위기를 팽팽한 연기 대결로 끌고 간다. 피리 부는 재주로 마을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시작한 우룡에게 마을의 골칫거리인 쥐떼를 쫓아주면 소 한 마리 값을 주겠다는 약속으로 시험에 들게 하는 촌장. 그는 쥐떼 퇴치를 둘러싼 ‘약속’을 통해 우룡을 마을 밖으로 쫓아낼 심산이다.
하지만 촌장의 속내를 알리없는 순진한 우룡은 자신의 재주를 총동원해 쥐떼를 소탕하려 한다.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과 차가운 시선, 우룡을 대하는 촌장의 두 얼굴은 이성민의 입체적인 연기로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환대받으며 자기도 모르게 촌장의 절대자적인 위치를 위협하게 된 우룡은 코믹함과 음산함, 극적으로 대비되는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오간 류승룡의 연기 덕에 설득력을 더했다.
쥐떼를 몰아낼 수 있을지, 몰아낸 후 이들의 계약은 과연 이행될 수 있을지, ‘손님’의 공포는 약속을 둘러싼 이성민과 류승룡,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다이내믹하게 따라가면서 점점 고조되기 시작한다. 단순한 대립이 아닌, 공존과 배척, 신뢰와 배신을 입체적으로 오가는 손님과 촌장, 류승룡과 이성민은 한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다음 전개를 궁금하게 하는 불꽃튀는 액션과 리액션으로 판타지 호러 ‘손님’의 공포와 재미를 탄탄하게 구축한다.
한편, 함께 연기한 경험에 대해 류승룡은 “이성민 선배는 마을의 촌장답게 수많은 마을 사람들과 스태프들을 인자하게 챙기더라. 그러나 연기할 때는 굉장한 집중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또한 작품 얘기를 상대 배우와 이렇게 많이 해 본 건 처음이다. 둘 다 무대 출신이라, 장면과 장면 사이 감정의 흐름 같은 것들에 대해 상의하면서 함께 만들어 나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했고 이성민은 “후배지만 굉장히 존경스럽다. 그가 가지고 있는 넉넉함에 기대면서 푹 안겨서 연기한 것 같다. 참 든든한 배우와 작업한 귀한 경험이었다. 류승룡 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는 동지애가 물씬 배어나는 소감을 밝혀 두 사람의 호흡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판타지 호러의 독특한 장르를 만난 개성 강한 두 연기파, 류승룡과 이성민의 공존과 대결이 기대를 모으는 ‘손님’은 ‘독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작품이다. 1950년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 마을로 들어선 낯선 남자와 그의 아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했던 비밀과 쥐들이 기록하는 그 마을의 기억을 다룬다. 다음 달 9일 개봉 예정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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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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