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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에 우는 재벌··· 계열사 주가도 추락 ‘이중고’

경영권 분쟁에 우는 재벌··· 계열사 주가도 추락 ‘이중고’

등록 2015.08.10 16:20

수정 2015.08.11 06:49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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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간 다툼’ 롯데그룹 계열사, 하방 압력 심화엘리엇과 싸운 삼성물산도 합병 승인 후 오히려 ↓후진적 지배구조 따른 경영권 대결은 주가에 악재“잘못된 관행에 대한 당국·연기금 의견 피력 필요” 지적도

올 들어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등 국내 주요 재벌기업들의 경영권 분쟁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관련주 및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회사 경영에 있어 오너의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해당 주식의 의미 있는 반등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는 모습이다.

가장 최근 시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그룹은 한국과 일본 계열사의 경영권을 두고 형제가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을 꼽을 수 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은 지난 달 27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를 방문해 앞서 16일 대표이사로 선임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포함해 이사 6명을 해임하기로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국내 재계 서열 5위의 거대그룹이 시간이 갈수록 형제 간 대결 양상이 격화되면서 시장의 비판적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불과 2% 안팎의 지분으로 자산규모 100조원에 육박하는 거대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폐쇄적 지배구조는 물론 정상적인 과정이 아닌 총수 1인의 독단적 결정에 의해 임원진을 해임하는 등의 행태는 선진 자본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도 롯데그룹에 대한 오너리스크가 부각되며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경영권 분쟁이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 달 말 이후 이날까지 주식시장에 상장된 그룹 계열사 7사의 평균 주가 하락률은 2.6%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1.75% 내린 코스피 낙폭의 1.5배에 달하는 수치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 달 27일 22만5000원에서 20만4500원으로 9%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10일에는 하루에만 8.50% 급락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우려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밖에 하반기 석유화학 업종의 실적 우려까지 겹친 롯데케미칼이 12% 넘게 빠진 가운데 롯데제과와 롯데손해보험도 각각 3.9%, 2.8% 약세를 보였다.

통상적으로 기업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단기간 주가는 상승세를 보인 경우가 많다. 분쟁 과정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 매입 등 기존 주주들에게 유리한 투자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 롯데그룹 불매 운동 등에 의해 기업이미지 악화는 물론 하반기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가 크게 부각된 이상 단기간 주가가 반등을 시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진단했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미국계 헤지펀드업체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경영권 다툼을 벌인 삼성물산 역시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정이 처음 시장에 공개된 뒤 엘리엇은 공정하지 못한 합병조건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받았다며 합병 반대 의사를 천명한 바 있다.

이후 두 회사의 합병안을 성사시키기 위한 삼성그룹의 적극적인 노력과 합병을 무산시키려는 해외 투기자본 간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며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지난 달 17일 합병안이 통과된 이후에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6만원을 상회하던 주가는 현재 5만원대 초반까지 밀려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물산은 전날보다 1000원(1.91%) 하락한 5만13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세며, 특히 합병안에 반대한 주주를 대상으로 지난 6일 마감된 매수청구권 가격인 5만7234원보다도 10%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같은 날 제일모직 역시 청구권 가격 15만6493원보다 낮은 15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편 이처럼 국내증시에서 미치는 영향이 큰 주요 재벌 기업들이 다음 세대에 기업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이 발생하는 데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그룹 관계자 뿐만 아니라 해당 그룹의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 나아가서는 코스피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등 악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국내 재벌의 문제는 해당 기업은 물론 시장과 감독 당국에 대한 불신까지 키우는 등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사안”라며 “기업의 경쟁력 약화 뿐만 아니라 한국증시를 바라보는 글로벌투자자들의 의구심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기업 스스로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물론 잘못된 관행에 대한 감독당국, 연기금 등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불필요한 규제는 철폐하는 게 맞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문제에 관해선 감독당국의 개입이 절실하다”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도 적극적인 주주의견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수 기자 h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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