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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규제 입법 움직임···시장 죽이는 법치만능주의

면세점 규제 입법 움직임···시장 죽이는 법치만능주의

등록 2015.09.04 17:16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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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시장 독과점 해소 명목 관세점 개정안 발의 준비법 개정되면 롯데·신라는 재승인·신규진입 원천봉쇄 당해전문가들 “면세업 특성 무시한 악법, 관광산업 발전 저해”

시장 점유율에 따라 면세사업자의 신규 특허 및 재승인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을 망치는 지나친 규제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면세업이 가진 독특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데다가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규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면세점 시장의 독과점 해소 차원에서 독과점 기업의 신규특허 및 재허가를 제한하는 내용의 ‘관세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공동발의를 거쳐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매출액 기준으로 전체 면세점 시장 내 롯데면세점 비중은 51%, 호텔신라는 31% 수준이다. 시장 1,2위 업체의 점유율이 82%에 이르기 때문에 독과점 시장이라는 것이다.

심 의원은 면세점 특허 공고일 직전 사업연도의 면세점 매출액이 전체 시장 매출액의 30%를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특허를 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1,2위 사업자인 롯데와 신라는 신규 허가는 물론 재허가까지 규제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면세 사업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규제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에서 살아남은 일부 기업이 신규 허가 및 재허가를 받는 것을 ‘특혜’로 여기면서 이를 규제한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면세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매출도 커지는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 산업이다. 여기에 납품업체로부터 미리 사들인 물건을 파는 직매입 형식의 사업이기 때문에 재고 부담이 크고 환율변동 등 외부환경 변화에도 매우 민감한 고위험 산업이다.

이렇게 웬만한 대기업도 버티기 힘든 산업이다 보니 1990년대 외환위기, 2003년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3년 KAL면세점, 2010년 AK면세점, 2012년 파라다이스면세점이 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만이 시장에서 생존했고 점유율이 오르게 된 셈이다.

함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4일 리포트를 통해 “면세사업 특혜 논란은 소비재 시장의 속성을 무시한 것”이라며 “시스템의 중심이 규모의 경제에 근원할 경우 메이저 중심의 과점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시장 논리의 측면에서 지극히 당위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면세산업의 경쟁 시장이 국내에 한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면세점 고객 대부분이 외국인 관광객이기 때문에 국내 면세 사업자들은 국내 업체들보다도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인접 국가의 면세점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렇게 시장이 해외까지 걸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권이 독과점 기업으로 지목한 롯데와 신라의 점유율은 떨어지게 된다. 또 해외의 다양한 경쟁사들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도 없어 독과점 시장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 7월 신규 시내 면세점 특허권 입찰전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도 롯데와 신라의 독과점 논란에 대해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을 알려졌다.

현재 인접 경쟁 국가에서는 면세 사업자의 대형화, 집중화를 위한 지원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며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 국영기업인 ‘킹파워’가 독점으로 전국 8개 지점을 보유하고 면세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요 국적 비자 수수료 면제 정책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중국도 하이난 섬에 세계 최대 면세점 CDF몰을 조성하고 본토 면세 한도 상향 조정 및 면세 품목 확대 등 정책까지 바꾸며 자국민 수요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본 정부도 지난해 5777개였던 면세점을 올해 1만개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면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이미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인해 5년마다 특허권을 다시 획득해야 하는 규제를 받고 있다. 5년마다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면세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관광 인프라 조성도 힘들어진다. 이에 대해 영국의 저명한 글로벌 관광·유통 전문지인 무디리포트가 “기업들의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글로벌 진출을 저해하려는 것이 매우 비합리적으로 보인다”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 관광 경쟁력이 인접 국가들에 비해 떨어지는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면세 사업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 면세 산업이 이렇게 큰 규모로 발전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을 ‘매출의 30%’라는 수치로 규제한다는 것은 면세 산업의 성장을 해치고 나아가 한국 관광 경쟁력까지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인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는 “현재 국내 면세 시장이 독과점 양상을 띠게 된 것은 면세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하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일부 업체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라며 “최근에는 면세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신규 사업자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규제 없이도 자연스럽게 독과점에서 경쟁 시장 체제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교수는 “면세사업은 정부에서 특허권을 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기업들이 일정 수준의 사회적 규제 하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여기에 굳이 30%라는 수치를 정해 또 다른 규제를 만들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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