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과 2015년을 살아가는 두 남자가 있다. 이들은 꿈을 통해 연결되고 미리 본 미래를 통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달린다.
영화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는 두 시대를 오가며 펼쳐지는 타임슬립물.
메가폰을 잡은 곽재용 감독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1989),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로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다. 이러한 곽 감독의 장기는 '시간이탈자'에서도 묻어난다.
1983년을 살아가는 지환(조정석 분)과 윤정(임수정 분), 2015년을 살아하는 건우(이진욱 분)와 소은(임수정 분). 네 남녀의 사랑은 따뜻하고 아련한 시선으로 펼쳐진다.
특히 1983년 두 남녀의 멜로는 '클래식'에서 발휘되었던 곽재용 특유의 고운 영상미가 일품이다.
멜로적 정서는 좋았다. 문제는 이러한 멜로가 판타지를 만나며 길을 잃었다는 점. 꿈을 통해 두 시대를 오가고, 또 미래를 바꾼다는 설정은 말 그대로 판타지다.
'시간이탈자'는 공개에 앞서 판타지와 멜로, 두 장르를 합친 복합장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이는 드라마 '시그널'을 통해 먼저 공개된 장르였고, 당시 큰 인기를 얻은 만큼 핫한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적 소재에 곽재용 특유의 멜로 감성이 만나 한국영화에 새로운 복합장르의 장을 열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기대가 컸을까. 두 장르는 아쉽게도 촘촘히 연결되지 못했다. 두 시대를 연결하는 하나의 살인사건에는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 영화는 범인이 왜 그토록 살인에 집착했는지, 피해자들은 어째서 희생당해야 했는지에 대해 설득시키지 못한다.
살인사건을 막고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두 남자가 꿈으로 교감한다는 설정이지만, 허술한 개연성과 관계들이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영상미와 효과만큼 서사 역시 탄탄했어야 했지만, 영화는 아쉽게도 이를 구현하지 못했다.
연기도 아쉽다. 임수정, 이진욱, 조정석, 세 배우는 이미지 캐스팅의 한계를 깨지 못한 모습이다.
그러나 곽재용 특유의 멜로 감성과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메시지는 잘 전달되어 진한 여운을 안긴다.
타임슬립에 대한 기대감을 지운다는 전재, 곽재용의 클래식한 멜로 감성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기뻐할 영화다. 4월 13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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