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 조사 앞둔 시기 사과는 면피성일뿐”“공식 피해 접수된 소비자 외에 피해자 더 많아”
롯데마트가 1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피해자 모임이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이하 피해자 모임)은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롯데마트가 사과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이날 롯데마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시판했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 및 그 가족들에게 여러 관련 업체 중 처음으로 피해보상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보상 전담 조직 설치 ▲피해 보상 대상자·피해보상 기준 검토 ▲피해 보상 재원 마련 등에 대해 준비하고 수사 종결 후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보상 협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강찬호 피해자 모임 대표는 “이 사건이 발생한 게 2011년인데 마땅히 정상적인 기업이고 제대로 국내에서 영업하는 대한민국 기업이라면 그 당시에 대한민국 소비자와 국민들 앞에 사과했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 대표는 “그런데 5년이 지나 이제 검찰이 오늘부터 관련자들을 소환을 하겠다고 하니 오늘 이 자리에서 기자들 앞에 브리핑을 하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은 오늘 사과 기자회견에 대해 연락받지 못했고 언론 보도를 보고 이 자리에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옥시레킷벤키저 본사까지 찾아가고 검찰에 찾아가 항의하고 피해 사실을 접수하는 등 우리 스스로 여기까지 왔다”며 “옥시레킷벤키저 피해자가 가장 많아 우선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는데 항상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고 가해기업 중 피해자를 만나러 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피해자 모임의 안성호 유족대표도 “만약 롯데가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싶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자한테 연락하고 피해자들이 올 수 있는 시간에 그 시간에 기자회견을 했었어야 했다”며 “일방적으로 언론에 흘려서 기자회견을 했다는 건 우리 입장에서는 면피성의 사과밖에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롯데마트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자리를 마련해서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들 앞에서라도 자리를 마련해서 다시 한번 공개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며 “롯데마트가 정말 피해자들을 위한 피해대책을 마련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롯데마트뿐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던 기업들을 만나 공동 대책 마련을 위한 기구를 설립해서 같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해자 모임을 사건 초기부터 돕고 있는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최예용 소장도 “이 사과는 피해자와 국민을 상대로 한 사과가 아니다”라며 “검찰 수사를 앞두고 사과를 한 것은 검찰에 잘 봐달라고 사과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소장은 “정부와 환경부가 지난해에 피해 접수를 받은 것도 질질 끌다가 올해는 아예 피해신고조차 받지 않고 있는 등 뒷짐만 지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정부에게 접수된 일부 피해해 대해서만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은 과연 시기적인 문제와 함께 진정성에 의심을 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의 신고된 피해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므로 롯데마트가 자체적으로 피해신고센터를 세워서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어느 시기에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팔았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매장 내에 붙여 롯데마트가 피해자를 직접 찾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 대표는 “롯데마트가 오늘 진심으로 사과하겠다고 하니 나머지 모든 기업들 피해자들 앞에 나와 제대로 정식으로 사과하고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소비자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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