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에게 사과···검찰수사 적극 협조”“필요한 경우 옥시레킷벤키저 등 타사와 협업할 것”“큰 원칙을 정하되 유연하게 대화하고 기준 마련”
“롯데마트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 규모에 대해 정확한 예상은 어렵지만 우선 100억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해 피해자와 협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이 같은 계획을 내놨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롯데마트는 지난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시판했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 및 그 가족들에게 여러 관련 업체 중 처음으로 피해보상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해 제조·유통업체가 대국민 사과와 보상 방안을 발표하는 것은 롯데마트가 업계 최초다.
일각에서는 롯데마트의 사과가 시기적으로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마트가 기자회견을 연 18일은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무리한 후 처음으로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소환조사를 시작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진상 규모나 피해 관계 여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빨리 해결하려고 한 부분이 부족했던 것은 문제로 보고 있다”며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심정으로 자리를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롯데마트는 피해자들이 롯데마트의 가습기 살균제뿐만 아니라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등 다양한 회사의 제품을 함께 사용했다 하더라도 피해 보상을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에 향후 필요할 경우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와의 협업도 가능하다고 롯데마트 측은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타사 제품과 같이 사용했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가 피해자와 피해와 보상에 관한 논의를 안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서 좀 더 구체적인 사안이 나오게 된다면 거기에 맞춰서 적극적으로 협의를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보신 분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하나의 원칙만 갖고 경직되게 결정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큰 원칙을 정하되 유연하게 대화를 하고 절차나 기준에 대해서도 적극 협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롯데마트는 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로 검찰로부터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통보 받지 못해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 숫자와 피해 내용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상 절차에 대해서도 전담조직을 구성한 후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면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를 대상으로 연락을 취해 협의를 시행한다는 기본적인 방침만 정했다.
김 대표는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자 사이의 인과관계 여부에 대해서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제품을 판매했지만 그로 인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었다”며 “공신력 있게 검찰에서 수사한 내용을 기본적으로 존중할 생각”이라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제품의 안전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결과론적’으로 인정했다. 김 대표는 “PB제품을 만들 때는 기본적으로는 외국계 PB 전문 회사의 컨설팅으로 진행된다”며 “당시 품질 안전 검사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고 진행했으며 가습기 살균제를 수년간 실제로 제조해왔던 전문회사와 함께 진행했는데 결과론적으로 많이 부족한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향후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제조사와 원료를 공급한 기업 등에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그는 “제조한 회사나 원료를 제공한 회사들도 여러 관계가 있지만 그 문제는 (사업을 한) 우리들 사이의 문제”라며 ”피해를 보신 분들과 문제를 해결한 후 그 문제는 나중에 필요하다면 우리들끼리 해결하기로 원칙을 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 협의를 추진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제가 책임을 지고 있는 롯데마트의 결정이었다”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태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지만 이 부분에 대한 해결과 처리는 전적으로 제가 책임진다”고 강조했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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