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시작 단계서 재원 마련 관건MBS 인수로 상환기간 20년으로 전환해야부실채권 유동화로 불확실성 제거···금융권 경영안정도 기대
한국판 양적완화는 한은이 산업은행 채권과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인수함으로써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완화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기업 구조조정 스타트···기업 재원마련 관건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 인력 감축, 급여체계 개편, 자산매각 등의 조치가 이뤄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필요한 재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업은 도산하게 된다. 동시에 기업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 등의 금융권도 손해가 불가피하다.
‘한국판 양적완화’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양적완화’보다 유동성 필요 분야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정책’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가 판단한 ‘유동성이 필요한 분야’는 우선 조선과 해운업이다. 조선업계 ‘빅3’는 세계 1~4위를 독식하고 있다. 구조조정이나 지원 없이 무너진다면 우리나라는 하나의 주력산업을 포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선업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한 주력업종이었다.
◇가계대출 안정···190만 가계-200조원
지난해 상반기 분할상환능력이 없는 가계는 190만 가계로 추정된다. 액수로만 200조원이다.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연장해야 하는데 원금상환에 대한 부담은 점점 커진다. 올해 만기대출 규모가 12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치도 있다.
‘한국판 양적완화’에는 MBS 인수 내용이 포함돼 있다. MBS 매입으로 발생한 돈을 가계부채 부담 분산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3~5년인 가계부채 만기를 20년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발권력 동원으로 주택금융공사에 대한 출자를 통해 분할상환능력이 없는 주택 담보대출자의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 지난해 6월 말 주택담보대출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중은 36% 수준으로 2013년과 비교해 18%포인트 급증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한은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직접 인수해 상환기간을 20년 장기분할상환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금 호미로 막지 않으면 나중에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 소비여력 확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0.4%로 지난해 메르스 여파를 받았던 2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전분기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은 -0.3%로 뒷걸음질 쳤다.
빚이 소비를 억누르고 있는 구조다. 가계부채 규모는 1200조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로 우리경제 시한폭탄이 됐다. 부채가 가계소비를 위축시켜 내수부진을 야기함으로써 경제성장률마저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결국 일자리와 가계소득 둔화로 되돌아온다.
한은의 발권력이 MBS 매입을 통해 가계의 대출부담 완화로 이어진다면, 즉 가계부채의 유동성 자금으로 활용될 경우 가계가 소비여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실채권 유동화로 경기 불확실성 제거···금융기관 경영안정도 기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5.68%, 3.2% 수준이다. 일반 은행 평균인 1.71% 보다 2~3배 높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국책은행의 기초체력 보강이 필요하다.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채권을 손실처리하게 되면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을 하려면 국책은행의 손실분담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한국판 양적완화, 실현가능성은’ 토론회에 참석해 “한국판 양적완화는 부실채권을 유동화시켜 향후 발생하는 불확실성 제거가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한은이 부실채권을 흡수하면서 금융기관의 경영안정도 기대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부실채권을 흡수하게 되면서 은행 등의 금융권은 경영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 교수도 “구조조정 자금은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의 불확실성을 줄여줘 금융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한은의 설립목적이 금융시장 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형 양적완화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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