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는 지난 21일 정규 7집 앨범 ‘리피트(Repeat)’를 발매했다. 이는 2014년 2월 발매한 정규 6집 앨범 ‘리타르단도(ritardando)’ 이후 약 2년 2개월 만이다. 오랜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온 만큼, 이번 앨범은 단비 같은 존재가 됐다.
최근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바이브를 만났다. 편안한 옷차림에 집 앞 슈퍼에 온 듯 스르륵 들어와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넨 멤버들에 절로 웃음이 터졌다. 인터뷰 내내 분위기도 그러했다.
음악에 대해 편하게 의견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눴다. 바이브는 중간중간 자신들의 ‘아재매력’을 셀프디스했지만, 바로 앞에 앉아 있는 바이브는 결코 아저씨들이 아니었다.
연륜에서 오는 여유와 재치 넘치는 입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한 몫 했다. 발전된 음악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을 거듭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해나가는 열정이 느껴져 뜨거웠다.
◆ 정규와 싱글, 그것이 문제로다
새 앨범 ‘리피트’에서는 바이브의 시도와 폭넓은 스펙트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별한 점이 많다. 우선 바이브는 디지털 싱글음원이 판치는 가요시장 속 올곧게도 또 다시 정규앨범을 내놨다. 더블 타이틀곡 ‘1년 365일’과 ‘비와’를 포함 수록곡은 무려 14개 트랙.
“정규앨범을 내는 것에 대한 프라이드는 있죠. 이미 소비형태가 바뀌어서 아쉽고, 이를 거스르는 것 같기도 한데 고수하는 것도 있어요. 방앗간처럼 남아있는 존재들같이요. (웃음) 그렇다고 꼭 장인정신까지는 아니에요. 저희가 데뷔했을 때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시대였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정규앨범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아요.”(류재현)
“한 곡에 다 담을 수 없어요. 우리 곡을 나중에야 들어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하나씩 하나씩 꺼내 듣는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소장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내는 게 음악을 오래할 수 있고, 같이 늙어갈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해요.”(윤민수)
그러면서도 “디지털 싱글을 낼 생각은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매우 개방적이었다. 류재현은 “정규앨범을 내는 게 너무 힘드니까 해보고 싶긴 하다. 싱글로 내면 이런 음악도 해보고, 저런 음악도 해보고 좀 더 자유로울 것 같다. 이번 앨범이 초심으로 돌아가보자는 거였는데, 꼭 싱글이 아니어도 프로젝트 앨범 등 다양한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세대 가수들은 다들 지금의 음악 소비형태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마음에 안 들었어요. 나타났다 없어지고 반복하는 게 맞는 것일까 싶었죠. 그런데 지금의 소비 형태가 지금 현실에는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무작정 거부하면 안되고 그에 발 맞춰 또 다른 걸 만들어내는 게 있어야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설득력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새로운 개선점을 찾으려면 우리가 그에 맞는 또 다른 걸 내놔야 한다는 거죠.”(류재현)
◆ 천군만마 같은 피처링진, 달라진 바이브
그래서 바이브도 변했다. 예전의 감성과 초심은 되살리면서 이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색다른 움직임을 택했다. 먼저 거미, 씨엔블루 정용화, 엑소 첸, 김숙 등 수많은 피처링진을 꾸리는 이례적인 행보다.
바이브는 자신들이 만든 노래로 앨범을 채우고 드라마 OST는 하지 않는 등 소신이 있던 가수였기에 더욱 놀랍다. 실제로 윤민수는 “우리는 우리 것만 해야 된다는 생각에 누구랑 같이 하는 걸 싫어했었다. 드라마 OST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거절했던 것도 있고. 그래서 지금 OST 제의도 안 들어온다”며 웃었다.
또 이들은 가수이자 프로듀서, 작곡가, 작사가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곡을 받았을 때 애매한 일도 생길 수 있다. 바이브에게 곡을 줄 때 부담을 느낄 수도 있고, 모르고 들었을 때 별로였는데 알고 보니 친한 사람의 곡인 그런 경우다. 이런 바이브가 어떻게 초호화 피처링 라인업을 꾸리게 됐을까.
“다 제 덕이었죠. (웃음) 헤이즈X첸의 ‘썸타’가 시작이었어요. 그걸 우리가 불러서 앨범이 실으려고 했는데 썸타는 이야기를 아저씨들이 하기에는···(일동 폭소) 새로운 음악도 하면서 젊은 피를 섞어보자 싶었어요. 그래서 첸 혼자 어쿠스틱 버전으로 ‘썸타’를 부르게 됐는데, 다른 가수가 혼자 부른 노래가 수록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좋더라고요. 우리가 부르다가 슬퍼지면 어떡해요.”(류재현)
“다른 느낌의 썸을 이야기할까 등 여러 생각도 해봤는데 어떻게 해도 첸이 부른 느낌이 좋더라고요.”(윤민수)
헤이즈X첸이 부른 ‘썸타’는 류재현의 곡으로, SM엔터테인먼트 음원 공개 채널 SM 스테이션을 통해 발매된 곡이다. 다시 한 번 바이브의 앨범에 실리게 됐다.
“정용화 섭외를 위해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에게 전화를 했어요. ‘’’열정페이’라는 곡이 있는데 우리가 부르기에는 좀 그렇다. 사회초년생들이 불러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했죠. 한 대표가 ‘용화 중국에 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녹음실에서 바로 용화가 지나가는 거에요! 그래서 용화를 잡아서 노래 들려주고, 한 대표에게 ‘나 중국 왔는데 용화 여기 있네’라고 농담을 던졌죠.”(류재현)
일화 하나도 범상치 않다. 웃음이 빵 터질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바이브였기에 가능했던 섭외방식이었고, 바이브의 음악이었기 때문에 순조로울 수 있던 에피소드다. 거미는 “한 번만 도와달라”고 했더니 노래도 안 듣고 해준다 말했다고. 그렇게 탄생한 곡이 타이틀곡 ‘1년 365일’이다.
특히 마지막 트랙 ‘아이 바우(I Vow)’는 미국 유명 가수 알 켈리가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바이브와 알 켈리와 인연은 알 켈리 등과 작업한 미국 유명 프로듀서 로니 잭슨과 앨범을 함께 준비하면서 시작됐다.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해요. 기회가 되면 앞으로도 함께 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윤민수) “생각보다 아시아 시장에 대해 이질적으로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예를 들어 다들 ‘샘 스미스가 오겠어?’라고 생각하는데, 접근이 안돼서 그렇지 오히려 트여 있어요. 오히려 그들이 우리를 새로운 문화로 생각하더라고요.”(류재현) “전 세계 가수들 모아서 ‘위 아 더 월드’ 같은 거 해보고 싶네요. 하하”(윤민수)
◆ 바이브를 ‘아재’라 부르지 마오
이번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노래 제목이다. ‘열정페이’ ‘한잔해요’ ‘썸타’ ‘별다방’ 등 한층 젊어진 노래명이 눈에 들어온다. 이에 특별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바이브는 “요즘 20대들이 많이 검색하는 단어들에서 착안한 것이다. 젊은 층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는 게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우리 같은 음악은 올드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어요. 대중도 그렇고 우리 스스로도 그랬고. 그런데 샘 스미스와 아델 같은 사람들을 보면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잖아요. 힘들 때 이들의 음악이 힘이 되는 것이죠. 우리도 그런 음악을 하자고 생각했어요.”(윤민수) “음악계의 소울푸드 같은 음악이랄까요?”(류재현)
바이브야 물론 믿고 듣는 퀄리티의 앨범을 내놓는 가수이지만, 음악 색깔이 개개인의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가슴을 퉁 치고 묵직한 울림을 주는 호소력이 일관된 바이브의 색깔이다. 꾸준히 밀고 온 만큼 대중은 좀 더 가벼운 것, 새로운 것을 원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게 사람들한테 먹힐까 고민도 되죠. 우리가 다르게 한다 해도 대중이 보기엔 똑같을 거에요. 감정선이 똑같으니까요. 연습한다고 바뀌는 요소도 아니고요. 조심해야 하는 게, 변신한다고 완전 새로운 걸 해서 망하는 경우거든요. 그래서 변화를 하되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그 결과 나온 게, 새로운 사람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 조금씩 변화해보자는 거였어요. 콜라보레이션은 표현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부분들을 대신 채워줘요.”(류재현)
‘썸타’의 젊은 감성, ‘별다방’에 참여한 김숙의 재치 넘치는 활약 등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입과 감성을 빌려 바이브의 앨범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셈이다. 이는 바이브가 필요 이상의 고집을 부리지 않고, 적당히 자신들을 내려놓는 내공으로부터 나오는 힘이기도 하다.
◆ 머리 쓰지 않는 음악, 그게 바이브의 초심
“앨범을 낼 때마다 고민을 해요. 정규 3집 앨범 이후 앨범에서는 어떤 애드리브도 없었고 정직했죠. 소리가 좀 더 깊어져야 한다는, 노래 몇 마디에 울림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그렇게만 집중했어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뭔가 더 멀어지는 것 같고 늙어 보였던 것 같아요. 스스로도 부담스럽게 느끼기도 했고요.”(윤민수)
“음악 하는 사람들이 성장하는 과정이 있어요. 계속 경험이 쌓이면서 머리 쓰며 음악을 하게 되는 거죠. 우리도 감성을 쓰긴 하지만 머리 쓰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그런 점에서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나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머리 쓰지 말자고 했죠. 우리 가장 사랑 받았던 때가 머리 안 쓸 때인 것 같아서요.”(류재현)
머리를 쓰지 않은 음악이 곧 바이브의 초심이다. 그래서 바이브는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들의 울타리를 무너뜨렸다. 제약을 없앴고 ‘이 노래는 이래야 돼’ ‘좀 더 호소력이 짙어야 돼’ 이런 고정관념과 타성에 젖은 테크닉을 지양했다.
“이번에는 사운드 등 음악적인 부분에서 많이 내려놨어요. 보컬도 힘 줘서 부른 게 아니고 녹음도 빨리 했어요. 느낌이 왔을 때 하루에 서너 곡씩 노래하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자연스러움이 많이 묻어났던 것 같아요. 그러니 이번 앨범을 편안하게 오래오래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윤민수)
그래도 아무렴 가수인데 음원성적이 조금은 신경 쓰이지 않을까. 윤민수는 “순위는 자연스러운 것 같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에서 바이브 예전 앨범의 리뷰 봤는데 날짜가 최근이었다. 계속해서 우리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껴서 오히려 그게 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렇게 바이브는 여운이 짙은 가수다. 단발성으로 소비하듯 음원을 내놓기보다,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작품’을 내놓는다. 이렇게 탄생한 앨범은 바이브 그 자체이며 오래도록 빛난다.
“우리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가창력 때문이라기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 만들어 왔고 생활 속의 가사, 즉 살아가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한 편의 스토리 같은) 정규앨범을 내는 것도 그런 이유에요.”(윤민수)
“싱어송라이터라는 게 해결점이 되는 것 같아요. 단순한 보컬 그룹이었으면 다른 이들과 비슷했을 거에요. 바이브는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감성과 노래로 직접 풀어내니 더 와닿는 거죠. 그래서 음악 시작하는 친구들에게도 무조건 곡을 써보라고 해요. 술자리 같은 곳에서 그때 그때 메모했던 거 보여주면서 이런 식으로 하는 거라고 조언해주기도 하고요.”(류재현)
“이런 작업은 당연히 힘이 들고 시간과 노력이 훨씬 많이 요구되지만, 이게 진짜 오래 남는 것이죠.”(윤민수)
이소희 기자 lshsh324@
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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