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후 신격호·신동빈 비자금 수사 강화신격호 비밀금고, 수상한 배당 등 의혹 커져그룹 수뇌부 조사 앞두고 있어 파장 커질 듯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롯데그룹 본사를 비롯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2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롯데그룹이 그룹 차원의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지난 2003∼2004년 대선자금 로비 의혹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여러 기업에게 불법자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롯데그룹은 다른 대기업과 함께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검찰은 롯데그룹 오너가가 불법 정치자금 제공 과정에 개입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후 지난 10일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다시 본격화됐다. 검찰은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롯데그룹 오너가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수사 과정에서 롯데쇼핑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토지를 고가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드러났고 호텔롯데가 계열사의 지분을 헐값으로 매입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또 검찰은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과 중국 등 해외 투자,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롯데그룹 오너가가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 오너들이 최근 몇 년간 수많은 M&A로 그룹의 몸집을 불린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계열사를 높은 가격으로 매입한 것처럼 꾸미거나 조작했으며 이와 반대로 헐값에 팔도록 지시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
특히 지난 13일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비밀금고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숨긴 것으로 추정되는 현금 30억 여원과 금전 출납 장부, 통장 등을 압수했다.
이 현금과 장부 등은 원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의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에 있는 비밀금고에 보관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 당시 롯데 정책본부 임원 이모씨가 자신의 처제 집에 옮겨다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매년 각각 100억원 이상과 200억원 이상의 자금을 계열사로부터 받아 사용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롯데그룹 측에서는 배당금이라고 설명했지만 검찰은 이 돈의 명목과 출처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 오너가 중 한 명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와 관련해 신영자 이사장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뒷돈을 받은 의혹을 조사 중이다.
롯데그룹 오너가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그룹 수뇌부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여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자금을 관리해온 이모씨를 이틀째 소환 조사하고 있으며 정책본부 소속의 신동빈 회장 측근들에 대한 수사도 예고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검찰의 칼날은 롯데그룹 오너가를 향해 있다. 철옹성으로 불렸던 오너가의 비자금 조성이 확인되면 그 파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
뉴스웨이 황재용 기자
hsoul3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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