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뒤 박수받고 떠나기 위해 먼저 직원·시장에 신뢰얻어야
대우건설은 창사이래 첫 '외부출신 사장'에다 정치권 낙하산 등 여러 논란 끝에 어렵게 자리에 오른만큼 앞으로 그 우려와 기대감을 어떻게 충족시켜 나갈지 주목된다. 때문에 CEO로서의 경영실력을 발휘하기 이전 내부적으로 조직의 안정과 장악은 물론 정치권 낙하산이라는 외부 이미지에 대한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대우건설은 23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박 사장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사장 취임식이 개최됐다.
박 사장은 취임사에서 "저성장 시대에 대비해 미래 지향적인 체질 개선으로 대우건설의 1등 DNA를 되살려 세계적인 건설사로 발돋움하겠다"며 "재무안전성 개선, 조직 효율성 및 생산성 강화,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한 신뢰구축, 인재경영 실천 등 네 가지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979년 현대산업개발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35년간 다양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강력한 업무추진력과 함께 조직의 융합을 이끄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왔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주택협회 회장직을 오랜 기간 맡아오면서 주택 관련 사업 인맥이 넓고 해당 분야에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 몇 년간 국내 주택분양 물량 1위를 달려온 회사란 점에서 보면 적임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박 신임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낙하산 논란 등 투명하지 않았던 인선 과정을 그가 정리해내야 한다. 실제로 대우건설 노조는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 등 정치권을 통한 반대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슈를 꺼내들거나 인력 구조조정 등 조직에 메스를 들이대면 바로 투쟁 강도를 높이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럴때마다 박 사장의 정치권 낙하산 논란은 이들의 가장 좋은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박 사장은 이날 취임사에서“43년의 유구한 전통과 함께 국내 최고 건설사로 우뚝선 대우건설의 역사에서 최초로 외부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된 것에 대한 대내외의 기대와 함께 우려 또한 크다는 점을 잘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 노조 등 그의 취임을 반대하는 기류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가 첫 외부인사 사장이란 점도 넘어야할 산이다. 박 사장이 가장 먼저 대우건설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대우건설 내부출신 사장의 온정주의가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산은을 비롯해 금융당국 등 정부로부터 비대한 대우건설 조직의 슬림화 미션을 받고 온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때문에 이런 의심을 하고 있는 노조와 직원들과 융화할 수 있는 복안을 내놔야 그의 경영행보가 가벼워질 수 있다.
대우건설이 산업은행의 자회사라는 점도 그가 선결해야하는 과제다. 대표적인 게 내년 대우건설 매각건이다. 산은은 금융위원회가 결정한 산은의 비금융자회사 매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회사인 대우건설을 내년 10월까지 매각해야 한다. 대우건설을 대선용으로 활용하거나 특정 대기업에 넘기기 위한 인선이라는 의심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그가 공정한 심판이나 관리자 역할을 해야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치권 낙하산 논란을 빚은 박창민 내정자가 산은 입맛대로만 움직인다면 소신과 원칙에 의한 행보가 아닌 정치권 등 힘있는 이들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제2, 제3의 대우조선해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여전히 높다. 이렇다보니 무엇보다 낙하산 논란 꼬리표부터 떼야 박창민식 경영행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박 사장은 CEO로서의 경영 능력보다 대우건설 안팎과 시장의 신뢰를 얻어내는 게 급선무다. 3년 후 퇴임시 박수받고 떠나려면 어떻게해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라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ksb@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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