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채권단, 오는 30일 최종 결정한진해운 추가 자구안 미흡 지적해운업계, 한진해운 법정관리 시 매년 17조 손해 발생···부산항만·무역업계 악영향
오는 30일 산업은행 등 한진해운 채권단은 공식적인 채권단 협의회를 열어 한진해운 처리 방안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이 제출한 추가자구안에 대해 지분율을 기준으로 75%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안건은 부결되고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다.
이에 한국선주협회 등 해운업계는 이례적으로 한진해운 회생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나섰다. 한진해운이 제출한 추가 자구안 외 부족한 유동성 부족분을 채권단이 지원해 한진해운을 존속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한진해운과 채권단이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채권단에 5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을 제출했다. 해당 자구안에는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12월 2000억원, 내년 7월 2000억원 등 총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가 담겨있다. 또 추가 부족자금이 발생하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등으로 100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추가 자구안을 제출한 다음날 백브리핑을 열고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 내용을 공개하며 유동성의 절반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이 제출한 추가 자구안은 가운데 1000억원은 예비적 성격이고 실효성이 있는 지원은 4000억원 뿐이라는 것이다.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과 채무재조정이 모두 된다는 가정하에 내년까지 한진해운의 부족한 운영자금을 1조~1조2000억원대로 예상, 운임이 현재보다 하락할 경우 최대 1조7000억원까지 부족자금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용석 산은 부행장은 “한진에서 4000억원을 지원하면 채권단이 6000억원을 돼야하고 그마저도 이런 구조라면 채권단이 먼저 자금을 투입해야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한진해운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추가로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해운업계는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결정될 경우 회생이 아닌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업계 악영향도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선 제2의 조양상선 사례를 만들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 회사의 사활이 아닌 국가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며 현대상선과 달리 수송그룹인 한진해운의 사업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30년간 전 세계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한진해운이 쓰러질 경우 3조원대의 국내 채권이 회수되지 못하며 매년 17조 원의 손실과 2300여개의 일자리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특히 해운업계와 부산항만업계, 무역업계 등 다양한 영역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예상했다. 약 3조원 대의 국내 채권 회수도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한진해운 청산시 담보권행사에 따른 사선 64척, 용선 93척(컨테이너선 98척, 벌크선 59척) 등 선박 억류로 모든 선박의 운항이 중단되고 약 120만 개의 컨테이너 흐름이 정지되면서 일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했다. 또한 선박에 적재된 컨테이너 약 40만 TEU에 대한 클레임이 발생, 장기 계약 화주 유실도 우려했다.
김 상근부회장은 “그동안 쌓아온 장기계약 화주를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이전 상태로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80여 개국의 1만6400여 화주의 화물처리 비용이 발생하고 국가 신인도도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한진해운과 한진그룹은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으로 각각 2조5000억원, 1조2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버텨온 노력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진그룹이 추가 지원을 할 경우 배임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무리하게 그룹 지원을 압박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위기 심화의 원인은 2008년도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의 침체와 교역량 급감으로 매출감소 및 영업손실이 누적된 것이 원인인데 대주주 책임론을 강조하는 것도 무리라는 것이다.
때문에 채권단이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며 무리하게 한진그룹을 압박하기 보다는 한진해운 존속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계적인 잣대를 적용해 컨테이너 선복량 기준 세계 7위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받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조선업체에는 약 10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해운업체에는 유동성을 자체 해결하도록 하면서 구조조정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해운과 조선, 철강 산업은 모두 연계돼 있기 때문에 해운산업이 무너지면 결국 관련 산업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채권단은 기간산업인 해운업을 살릴 수 있도록 한진그룹에 대한 압박 보다는 서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도 한진해운 법정관리 위기에 대한 입장을 표하며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읍소했다. 용선료 협상은 물론 선박금융 유예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지난 27일 독일 HSH 노르드방크, 코메르쯔뱅크, 프랑스 크레딧 아그리콜 등 해외 금융기관이 한진해운에 해운 선박금융 채권 상환유예에 대한 동의 의사를 전달해왔다. 타 해외 금융기관도 동참할 경우 총 4700억원의 자금조달 효과가 발생한다. 용선료 조정협상도 시스팬이 산업은행의 동의를 조건으로 용선료 조정에 합의하면서 약 8000억원의 자금 조달 효과가 발생하게 됐다. 용선료 조정과 선박금융 유예로 총 1조 27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조달하는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제출한 자구안은 한진그룹으로서는 조달 가능한 최대한의 내용”이라며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1100%에 달하는 등 한진그룹의 재무 상황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한 일념으로 이 같은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운산업은 국내 수출입 화물운송의 99%, 국가 전략물자 수입의 100%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며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이 붕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임주희 기자 ljh@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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