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임종룡·이동걸 “한진해운 추가지원 없다” 원칙 지켜질까

한진해운 자구안 4000억, 필요자금 1조원 미달

법정관리 결정 시 국내 해운업 붕괴 비난 불가피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위기를 두고 금융당국은 물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추가지원은 없다’는 기업 구조조정 원칙을 지켜갈 지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진해운에 대한 금융권 여신 60% 이상을 산업은행이 들고있는 만큼 한진해운의 추가지원 여부는 사실상 산업은행이 키를 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을 결정할 경우 '대마불사'의 비난을, 법정관리를 결정할 경우 '해운산업 붕괴'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한진해운 채권단은 30일까지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내년까지 최소 1조원의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채권단은 그동안 부족자금 1조원을 한진그룹에서 지원해 줄 것을 촉구해 왔으나, 한진그룹은 이를 거부하고 4000억원 수준의 지원안을 내놓았다. 결국 6000억원 규모의 채권단 추가지원이 필요해 진 상황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은 물론 산업은행이 ‘추가지원은 없다’는 기업구조조정의 원칙에 따라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칙은 앞서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현대상선은 물론 여타 기업에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됐다.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6월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개별 기업의 자구노력이 원칙이며, 신규 자금 지원은 없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 8일에는 “한진해운은 정상화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조달해야하며, 정상화 실패시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은 없다”며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조달 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누차 말한 바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채권단 역시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한진해운을 제외한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은 한진해운의 여신을 모두 '회수의문'으로 분류하고, 충당금을 적립해 놓은 상태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을 강행할 경우, 산업은행을 넘어 정부 역시 '대마불사'의 비난을 받을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결정될 경우 국내 해운산업이 붕괴된다는 지적이 정부와 산업은행의 발목을 잡고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국적선사 구조조정의 영향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서게 되면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이 16.4%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특히 해외 해운사들의 한국 기항이 줄면서, 안정적인 물류 네트워크 확보에 장애를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러갈 경우 5400여명에 달하는 한진해운 근로자와 한진해운의 수많은 하청업체까지 피해가 확산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결국 정부와 산업은행은 어떠한 결정을 내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한진해운과 절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과 산업은행이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신규지원은 없다고 한진해운을 압박한 상황에서 조양호 회장이 4000억원 수준의 지원안을 내놓아 법정관리가 불가피해 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정관리가 들어갈 경우 그 여파가 큰 만큼 채권단과 한진해운이 절충안을 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