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인사서 ‘초대형 칼바람’ 확률 매우 커최지성·장충기 등 ‘이건희係 인사’ 퇴진 유력50대 경영진 전면 배치 트렌드 반영될 전망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했던 구속영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기각 처리되면서 자유의 몸이 됐다. 19일 아침 구치소에서 바로 서초사옥으로 회의를 주재했던 이 부회장은 20일에도 별 탈 없이 서초사옥에서 집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삼성그룹의 경영 일정 소화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특검의 수사가 중반으로 접어들었고 삼성에 대한 추가적인 구속 수사 가능성은 사실상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대 삼성이 2월부터는 인사와 경영 계획 확정 등의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빠르면 2월 중순께 진행될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장단 인사를 통해 누가 새롭게 등용되느냐도 있지만 누가 일선에서 물러나느냐도 관심거리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인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건희 회장이 등용했던 인물들의 생존 여부가 관건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앞으로 진행될 미래전략실의 해체 내지는 전면 개편을 계기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겸 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겸 사장 등 기존 수뇌부 인사들의 2선 퇴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었던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은 사실상 일선으로 나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은 나란히 회장 비서실이 존재하던 시절에 이 회장으로부터 직접 발탁된 이 회장의 측근 인사들이다.
이와 같은 관측의 배경에는 삼성 안팎의 기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최 부회장 중심의 미래전략실 조직은 보통 재직 기간이 5년 정도 된다. 미래전략실 소속으로 일한 기간이 5년을 넘을 경우 다른 계열사로 전출을 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5년 후 복귀’ 원칙은 최 부회장이 정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부회장은 지난 2012년 김순택 전 부회장의 후임으로 미래전략실장에 선임됐다. 최 부회장도 실장 부임 5년이 지난 만큼 최 부회장 이후 새로운 인물이 삼성의 경영 활동을 제어해야 한다는 삼성 안팎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특검 수사 과정에서 최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가 이 부회장을 최종 지시자인 것처럼 진술한 것이 이 부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 진술은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이 ‘아버지 시대’와의 단절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는 점도 기존 수뇌부의 퇴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수직적 조직 질서와 과도한 의전 등 오랫동안 삼성 내에 뿌리내렸던 내부 문화를 바꾸는데 주력하고 있다. 모두 ‘이건희 시대’에 정립된 과거 관습과의 단절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다른 대기업들이 50대 젊은 임원들을 각 계열사 경영 일선에 전면 배치하고 있는 인사 트렌드도 삼성의 ‘인적 청산’ 추진설에 힘을 얻고 있다.
마침 주변 상황도 딱 들어맞는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공언한대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거나 조직을 대대적으로 축소해야 할 상황이 오고 있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 자연스럽게 최 부회장과 장 사장 등 기존 임원들의 자리도 사라진다.
이 상황에서 60대 이상의 기존 임원들을 자연스럽게 퇴진시킨다면 그것이야말로 ‘불감청고소원(감히 청하지 못했지만 원래부터 몹시 바라던 일)’이 아닐 수 없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사장단 인사를 통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 등이 더 중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조직 부분에 대해서 상당한 고민을 했을 것”이라며 “만약 그 고민이 대대적인 세대 교체와 조직 개편으로 이어진다면 삼성 안팎으로 엄청난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인사에 대해 논하는 것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은 일”이라면서 “앞으로 이어질 특검 수사에 대비하면서 조직의 안정화와 경영 계획의 원활한 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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