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보수 후보 없어 선거 집중도 하락연령대별로 지지 후보 나뉘는 현상 보여자존심 구긴 ‘보수의 심장’ 어루만져야
27일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에는 세 명의 대통령 후보가 얼굴을 내비쳤다. 최근 ‘3당 단일화’ 후보들로 거론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등이다. 보수층의 표심이 오락가락하며 TK 지역 지지율이 선거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탓이다. 갈길 바쁜 후보자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급해진 모양새다.
가장 급해진 진영은 안 후보 측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초 안 후보를 지지하던 보수층의 지지율이 홍 후보 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TK 적자’를 주장하는 홍 후보는 여세를 몰아 전일 대구 서문시장부터 이날 구미·김천, 충청 지역 등을 돌며 보수층 대집결을 호소했다.
안 후보 역시 이날 오전 제주도 일정을 마치고 곧장 경주로 넘어와 보수층 표심 단속에 나섰다. 오후에는 대구 동성로를 찾아 집중 유세를 진행했다. 안 후보 측은 이른바 ‘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는 프레임을 정면에 내걸었다. 홍 후보를 찍으면 사표가 되고 결국 문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안 후보는 연설을 통해 “요새 홍 후보 뜨는 걸 보고 누가 웃고 있는지 아십니까”라고 물으며 “홍 후보는 요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에게 박수를 받고 다닙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민주당은 요즘 홍 후보를 비판하지 않는다”며 “안철수를 찍어야 계파 패권주의 집권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이기 때문에 유세 현장은 시끌벅적했다. 안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에는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도 섞여 들려왔다. 이번이 첫 선거라고 밝힌 한 지지자는 선물을 들고 안 후보를 기다리기도 했다.
다만 대구 시민들의 진짜 속내는 알 길이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대표되는 대구지만 이날의 선선했던 날씨처럼 대선을 앞둔 사람들의 태도는 체감상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지지 후보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로 대체됐다.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정치라면 이제 신물이 나서 별로 관심이 없다”며 “아직 공약을 확실히 읽어보지도 않았고 분위기도 잘 모르겠다”고 손을 내저었다. 앞서 소개했듯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과 이로 인해 상처받은 보수의 자존심이 그들에게는 콤플렉스로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5060세대 이상에서 형성된 ‘샤이 보수’ 집단은 여전히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지지자를 기다리는 중이다. 50대 자영업자 안모씨는 “젊은 사람들은 모를까 TK는 아직 ‘박정희-박근혜 부녀’의 영향이 강하다”며 “옛날 같지는 않지만 욕을 하면서도 결국 선거 때는 찍던 사람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구백화점 앞 유세 현장에는 시원함을 넘어 춥다고 느껴질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동성로 228기념중앙공원의 나무들이 초록빛 푸름을 자랑하기에 대구는 아직 쌀쌀했다.
뉴스웨이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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