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채권단 수정안 조건부 수용···시간 끌기 돌입

금호산업, 보전기준 조건에만 동의

사실상 채권단 상표권 조건 거절

채권단, 주주협의회 통해 대책 마련

금호산업이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제시한 ‘금호’ 상표권 사용 조건 수정안을 조건부 수용하면서 시간 끌기에 돌입했다.

금호산업은 18일 이사회를 열고 산업은행이 수정 제안한 보전기준만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상표권 허용을 거절한 셈이다.

앞서 채권단은 상표 사용료 연 매출액의 0.2%, 5년 사용 후 15년 추가 사용, 자유로운 중도해지 등을 요구했다. 이는 산업은행과 더블스타가 지난 3월 맺은 주식매매계약(SPA) 조건이다.

이에 금호산업은 사용료 0.5%, 20년 사용, 중도 해지 불가를 못 박았다. 금호산업은 채권단 추가 요청에도 금호산업은 명분이 없다며 거절했다.

결국 채권단은 지난 7일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를 종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 금호산업 조건을 수용해 채권단이 847억원의 차액을 보전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는 보전기준 상표사용 요율 0.5%, 보전기간 12.5년(기본 5년+잔여 15년의 중간값)으로 산정했으며 지난해 매출액 약 3조원을 기준 매출액으로 해 미래 지급할 사용료를 일시 선지급 하되 할인율 5%를 적용한 것이다.

단 기존 채권단이 제시한 상표 사용료 연 매출액의 0.2%, 5년 사용 후 15년 추가 사용, 자유로운 중도해지 등의 조건에선 변함이 없다. SPA 조건을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호산업 이사회는 “산업은행이 수정 제안한 12.5년(사용요율 0.5%) 의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받아들이기로 결의했다”며 “상표권은 특정기간 보상금을 받고 거래하는 대상이 아니므로 기업 회계 원칙과 거래 관행상 정해진 정상적인 방법(매년 상표 사용료 수취)으로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할 것을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 제안을 수용한 것처럼 설명했지만 사실상 보전기간 조건에 동의할 뿐 사용요율과 기간은 수용하지 않았다. 이는 금호산업의 조건을 받아들이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산업 입장에선 보유 자산을 채권단에서 임의로 가격을 책정한다는 점에서부터 용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래도 기존 20년 사용 입장에서 12.5년으로 한발 물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룹 차원에서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그룹 재건을 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에서 쉽게 상표권을 내주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이사회 결정과 관련 빠른 시일 내 주주협의회를 열고 금호산업 이사회 결의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다. 오는 9월23일까지 금호타이어 매각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만큼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산업 이사회 결의사항을 담당부서에서 해석 중으로 사실상 우리 제안을 전격 수용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빠른 시일 내 주주협의회를 열고 이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