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첫 공판···특검vs삼성 날 선 신경전

증인 채택 놓고 맞서···내달 12일 정식 공판 시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이 28일 열렸다. 특검 측과 변호인 측은 첫 공판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이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 판사)는 오전 10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을 위해 검찰과 변호인단이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향후 공판 일정을 합의하는 자리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부회장은 자리하지 않았다.

특검 측과 변호인 측은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펼쳤다. 특검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61)를 증인 요청했으며 삼성 측은 정유라 씨(21)의 승마 코치인 안드레아스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김종 전 문회체육관광부 차관 등을 포함한 10명의 증인을 채택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 측은 “박원오 전무와 김종 전 차관은 1심 재판에서 충분히 신문을 한 증인들을 또 부르는 것은 불필요하다”면서 “형사소송법상 1심에서 신문한 증인을 항소심에서 부르려면 새로운 증거를 발견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반대했다.

변호인 측은 크게 반발하며 “1심 때 특검이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저녁시간이 지나도록 특검이 신문하는 등 증인 신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썼기 때문에 피고인측은 제대로 신문하지 못했다”면서 “중요 증인이기 때문에 다시 신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변호인 측의 발언에 즉각 맞받아 쳤다. 특검 측은 “변호인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서 “신문이 오래 진행된 것은 주요 증인이었기 때문이고 신문 시간은 변호인 측과 비슷하거나 짧다”고 맞섰다.

그러자 변호인은 “제가 변호인의 명예를 걸고 이야기한다”면서 “과연 특검이 1초라도 짧은지 1심때 기록을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또 “1심때 최순실 씨의 신문을 못한 것은 특검이 예정에 없던 정유라의 ‘보쌈 증언’ 때문”이라며 “특검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보쌈 증언’이라는 모욕적인 표현은 유감”이라며 “최씨의 증인신문 일정은 이미 정해져있었다”고 반박했다.

또 삼성 측이 증인으로 요청한 안드레아스에 대해서 특검은 “범죄수익에 대한 공범”이라면서 “증인신문이 이루어지더라도 증거 가치가 낮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증거 가치에 대해서는 특검이 아닌 재판부가 판단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특검과 삼성 측의 공방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재판부가 중재에 나섰다. 재판장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의견 개진이 아닌 공방은 앞으로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공방을 진행하는데, 기본적으로 재판 진행은 요점을 말하고 재판부가 그에 대해 필요한 부분을 질문하는 방식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 씨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박 전 전무와 김 전 차관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인지는 보류했다. 안드레아스에는 증인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회 공판은 다음달 12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