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력 강화 수단인 자사주, 소각 규모 늘리며주주가치 제고·지주사 전환 포기 약속 확인절반 넘는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큰 수혜자
자사주 소각이 가지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주주가치 제고와 총수 지배력 강화 수단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자사주가 경영권 강화에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들은 자사주를 이용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 덕분이다.
지주사 전환시 자사주의 활용 방법은 이렇다. 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지주사(홀딩스)가 실제 생산시설을 보유한 사업회사를 지배한다. 이렇게 둘로 쪼개는 과정에서 자사주는 ‘마법’을 보여주는데,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가 사업회사에서 지주사로 넘어가면서 의결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지주사는 사업회사에 대해 자사주만큼의 의결권을 보유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지주사로 전환을 하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이 막대한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 주가를 감안하면 지분 1% 확보하는 데에만 2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지주사 체제 전환 중단과 40조원어치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포기하고 총수 지배력 강화 시빗거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평가했다.
때문에 향후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는 규모를 늘려간다는 계획은 지주회사 전환 작업 중단을 확실시하고 경영권 승계도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으로 읽힌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6%로 낮지만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17.23% 보유하고 있다. 물산과 생명을 통해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18.45%가량 간접 지배하고 있다. 지배구조가 당장 위협받을 정도로 취약하지 않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으로 총수 일가 지분 가치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문율을 올 들어 1.5%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소각한 것에 따른 착시현상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총수일가 뿐 아니라 다른 주주들의 지분도 같이 상승하는 것이어서 큰 의미를 두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기존 주주들은 소각한 지분 비율만큼 주식 가치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삼성전자 지분의 53.4%를 외국인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 주식 물량을 줄여 주가를 밀어 올리는 효과로 주주가치 제고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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