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 ‘장외 재판’ 결과 놓고 공방 치열

삼성 측, 삼성합병 무효 소송 판결 들어 “청탁 없다”

특검은 ‘朴이 지시’ 문형표 유죄 판결문 증거 제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최신혜 기자 [e-mail]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변호인 측이 일성신약 등이 제기한 합병 무효소송의 1심 판결문을 증거로 무죄 입증에 나섰다. 특검 측에서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소심 결과를 증거로 제출해 해당 사건을 둘러싼 법적 판결이 향후 이 부회장 항소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고법 형사 13부(부장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 전직 임원 등 5명에 대한 공판에서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삼성물산 합병에 있어서 특검이 주장하는 불공정한 합병 비율과 이 부회장에 유리한 시점 선택, 이를 통해 국민연금의 막대한 손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일성신약 등 합병 전 옛 삼성물산 주주 측에서 제기한 합병 무효소송 1심 판결문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원심은 합병에 대한 경영상 함목적성이 인정되며 계열사 이익에 기여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합병이 부당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결에서는 합병 목적에 있어서 경영상 함목적성이 인정되고 계열사간 시너지도 인정된다고 봤다”면서 “합병 시점 역시 구 삼성물산에 불리하다고 단정하지 못하고 합병 비율도 주주에 불리한지 의문이라고 판결했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물산 합병에 있어서 청탁이 없었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는 해당 합병 무효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합병이 포괄적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더라도 경영권 승계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었다면서 특정인의 기업 지배력 강화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 아닌 이상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이라는 사정만으로 그 목적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검 측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소심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했다. 문 전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2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한 포괄적 지시를 했다고 봤다.

지난 14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재영)는 문 전 장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한 배경에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며 “(문 전 장관이)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내용을 인지했다고 보인다”라고 판결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을 압박해 합병을 성사시켰다는 취지다.

문 전 장관의 판결문이 증거로 채택되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했고 박 전 대통령이 합병을 돕는 대가로 삼성이 각종 지원을 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