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 영재센터 후원 놓고 공방···“공익 차원”

항소심 들어 첫 증인 신문···문체부‧삼성 관계자 출석

“영재센터 공익 차원으로 지원했다” 같은 입장 확인

1심서 받은 유죄 판결 뒤집을 수 있을지 관심↑

9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제5차 공판에서 영재센터 후원은 공익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최신혜 기자 [e-mail]

이재용 삼성전자 항소심에서 삼성의 스포츠영재센터 후원은 공익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1심에서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이 부정한 청탁에 따른 대가성 지원으로 보고 유죄 판결을 내린 것과 배치되는 주장이어서 변호인 측과 특검은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9일 이재용 부회장 및 삼성 전현직 임원 등 5명에 대한 항소심 5차 공판에서 첫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남찬우 문체부 지원과장은 지난 2015년 3월 문체부가 평창올림픽지원과를 신설하고 조직을 확대할 당시 올림픽 지원 및 영재센터 보조금, 홍보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남 과장은 영재센터의 사업을 공익적 활동으로 평가했냐는 삼성 측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게 파악했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상황으로 필요로 하는 사업 등을 구상하고 있었고 이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영재센터가 메달리스트 출신 선수들로 꾸려지면 동계스포츠 스타들에게는 재능 기부, 은퇴 선수들에게는 일자리 제공 기회가 기대된다는 취지를 그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영재센터에는 동계스포츠 메달리스트 선수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이들이 참여함으로써 센터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취지의 진술도 덧붙였다.

남 과장은 “이 분야 유명 인사들이 모여 단체를 설립한 만큼 동계스포츠 발전과 평창동계올림픽 분위기를 고조 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2015년 9월 첫 교부금 4000만원을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1억9970만원, 2016년7월 4억7000여 만원 등 총 7억 여원을 차례로 지급했다. 이에 대해 남 과장은 “빙상 캠프 등 사업이 언론에 홍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업이 진행되면서 언론 보도가 나왔고 이후에도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추가로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영재센터가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2015년6월 설립 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했다”면서 “사업자등록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았다”고 답했다.

영재센터가 최서원씨나 그의 조카인 장시호씨와 연관이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는 것이 남 과장의 진술이다. 공익단체이고 실질적으로 제3자와 관련 있을 것이란 판단은 당시에 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오후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강기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과장 역시 영재센터는 사회공헌활동으로 판단해 후원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와 더불어 삼성의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 과장은 “삼성이 올림픽 후원, 첼시 후원,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후원 등 스포츠 후원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IOC 위원이었던 이건희 회장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후원 제안서를 보니 허성욱 전 스키 선수의 경우 국내 스키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었고 그 외의 선수들 모두 공신력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삼성이 집중하기로 한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된 활동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 브랜드를 알리고 홍보되는 등 브랜드 제고 효과가 있었다”면서 “빙상캠프 등 영재센터 효과에 대해 사후보고를 받고 모니터링을 했다”고 답했다.

특히 스포츠 스타와 행사를 기획하는 것은 많게는 수십억이 드는데 영재센터 후원으로 메달리스트 선수들과의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삼성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남 과장의 주장이다.

다만 실제로 행사를 진행하지는 못했는데 지난해 말 국정농단 사태로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당 계획을 실현할 생각이 있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형실적일 리 없다”고 강조하면서 “2016년 리우올림픽이 끝나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어떻게 넘어가느냐가 중요한데 우리는 2016년 겨울서부터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증언은 삼성측 변호인단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변호인단은 앞선 공판에서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이 유망주 발굴, 은퇴선수 취업기회 제공 등 공익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변호인단은 또 사익 목적이나 최씨의 존재를 알고 지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고, 사실상의 강요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특검은 영재센터가 실질적으로 사회공헌에 맞지 않는 단체였다고 보고 있다.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익을 위한 단체임을 알고도 지원을 했다는 뜻이다. 영재센터 지원금이 5개월 만에 16억원에 달했고, 안종범 수첩에 5억원이라고 기재된 부분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특검은 영재센터가 사업자등록이 안된 상태에서 지원을 요청한 점, 삼성이 과도한 금액을 지원한 점, 후원금에 대한 예산 근거가 없다는 점 등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강 과장은 “후원 제안서에 후원금에 대한 근거가 없는데 어떻게 후원금을 결정하게 됐냐”는 특검의 질문에 “영재센터가 후원금을 어디에 집행할 것인지에 대한 예산 부분은 우리가 상관할 부분이 아니다”라면서 “스포츠 후원은 구체적인 예산이 아니라 후원금 자체의 적정성을 판단한다”고 답했다.

이어 “예산보다는 후원을 통해 삼성이 얻게 되는 베네핏(긍정적 효과)가 어떤 것인지를 중점에 두고 결정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