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금융당국, 금융지주 회장이 회추위 포함됐다는데···사실은?

금감원장도 ‘셀프 추천’ 지적하자 금융권 당혹

“신한금융·우리은행 수장 선임절차 문제 없어”

KB금융도 ‘술렁’···“최종결정 땐 당사자 배제”

최흥식 “후보 구성부터 경영진 개입···기득권 문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언론사 경제·금융부장과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상식적으로 현직 회장이 연임을 앞둔 경우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배제해야 하는데 어느 지주사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런 형태로 논의가 되니 의혹이 제기되고 ‘셀프추천’ 지적도 나오는 게 아니겠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열린 언론사 경제·금융부장 조찬간담회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향해 또 다시 일침을 날렸다.

최 원장이 취임 후 외부 행사에서 금융사 CEO 선임 절차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셀프연임’ 발언과 직결된데다, 전날 금감원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검사’를 포함한 금융감독·검사·제재 혁신방안을 내놓은 뒤여서 이번 발언의 배경에 더욱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검사’ 방침에 대해 소비자 보호 취지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을뿐, 금융당국의 견해와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이 가운데 최 원장이 금융위원장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인 모양새가 됐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금감원이 연이어 압박하고 나서자 금융권에서는 적잖이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자신들은 CEO 선임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민간 금융사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도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땠을까. 올 한해 새로운 수장을 맞은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우리은행 등을 중심으로 금융회사의 CEO 선출 과정을 복기해봤다.

가장 먼저 신한금융지주다. 신한금융은 한동우 전임 회장이 임기를 1년8개월가량 앞두고 용퇴를 결정하면서 지난 1월 후임자 물색 작업에 착수했다. 만 70세가 넘으면 회장직을 맡지 못하는 내부 규정에 따라 올해 69세인 한 전 회장(1948년생)이 더이상 회장 직책을 수행할 수 없게 돼서다.

이후 한 전 회장은 회추위원으로서 조용병 현 신한금융 회장을 선임하는 절차에 참여했다. 어찌보면 현직 회장이 후임자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지만 본인에게 연임 의지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의 회추위 활동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한 전 회장은 연임을 확정짓던 지난 2013년에도 당초 회추위에 포함됐으나 회장 후보에 오르면서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제외된 바 있다.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케이스다. 그는 연임 과정에서 노조로부터 ‘셀프 연임’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회추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지배구조위원회 위원에 포함돼 잠정후보군인 ‘롱리스트’를 선정하는 데 관여했다는 이유다. 여기에 회사 측이 연임 찬반 설문조사에 개입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어 입지는 상당히 좁아진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당국의 발언이 윤 회장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회장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에서 그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만큼 문제가 없다는 해석도 존재해 그의 연임을 사이에 둔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회장 선임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하나금융지주의 경우엔 김정태 회장이 회추위에 포함된 것은 맞다. 다만 회추위 규정에 따르면 현직 회장이 후보가 될 경우 자동적으로 회추위에서 빠지도록 돼 있다.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이번 논란에서 자유로운 입장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신임 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임추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비록 그가 ‘직무대행’이라는 프리미엄을 보유하고는 있었지만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후보에 올랐고, 막판까지 경쟁이 치열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혀 문제될 일은 아니다.

따라서 최 원장의 이번 발언을 향한 금융권의 서운한 감정에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 대부분 금융회사가 당사자를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는 등 형식적으로는 CEO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최 원장이 완전히 틀린 얘기를 했다고는 볼 수 없다. 애초에 사외이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회장 후보군 구성 자체도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서도 금융회사 회장 후보군 구성에 현 경영진이 과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고, CEO 승계프로그램도 형식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최 원장은 이 사안을 ‘기득권의 문제’로 규정했다.

최 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는 있지만 섣불리 반박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금감원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들여다보기가 본격화한 가운데, 새로운 조치가 금융권에 변화를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