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첫 행보로 대우조선 방문···‘정부 지켜주나’ 시그널?백운규, 3사 만나 “성동조선 대안 있나”···인수 의사 타진설?산업부 “아니다” 해명 불구, “구조조정 후퇴하는 것 아니냐”
조선업계에서는 일주일 안에 일어난 장관과 대통령의 급작스런 방문에 대해 정부가 어떤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장관은 ‘고민이 많고 다른 대안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는데 장관의 의중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실제로 조선업계에서는 백장관이 간접적으로 부실 조선사에 대한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정부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인수 의사가 있는지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논란이 일자 4일 산업부는 “조선 3사 CEO들에게 성동조선해양 얘기를 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한 바는 전혀 아니다”고 공식 해명했다. 하지만 산업부가 이런 해명을 내놓은 것과 별도로 최근 행보가 갖는 의미에 대해 말들이 많다.
첫번째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새해 첫 산업현장 시찰로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조선 경기가 곧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불황기를 잘 넘길 경우 재도약할 수 있다”며 “미래를 대비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날 문 대통령의 행보는 새해 첫 외부 일정으로 한국 핵심 수출산업 현장을 찾으면서 조선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약속하는 행보라고 풀이됐다. 하지만 이날 동시에 열린 재계 신년인사회에 불참한 대신 새해부터 노사 간 이슈가 첨예한 조선소를 찾은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날 거제도 방문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책 결정라인이 총출동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 등이 함께 수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행하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장 늦게 합류하자 “금융이 빠지면 일이 안 됩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농담도 던졌다.
이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 내부에선 문 대통령의 이날 방문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는 인력 감축 등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정부가 지켜줄 것’이라는 식의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우조선은 올 연말까지 1700명을 줄여야 하는 자구안을 이행해야 한다. 지난해 말 1만200명인 인력을 올 상반기 9000명으로 줄이고, 연말까지는 추가로 500명을 감축해야 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통령의 격려로 구조조정에 대한 경각심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두번째는 부실 조선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정부 주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장관의 말을 조선 빅3들이 성동조선을 인수하라는 정부의 신호로 해석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우조선에 대한 정부의 호의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동조선과 STX조선은 다음달 중순까지 외부 컨설팅을 통해 산업 진단을 받는다. 정부는 기존 회계법인 실사 결과와 산업경쟁력 컨설팅 결과를 함께 살펴본 뒤 청산 또는 존속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달 28일 백운규 장관은 경남 통영의 성동조선해양과 창원의 STX조선해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백 장관은 조선소를 둘러본 뒤 회사측, 근로자측과 각각 간담회를 가졌다. 백운규 장관은 간담회에서 중견 조선사 구조조정에 대한 경영진과 노조, 각 지자체의 의견을 면밀히 들은 뒤 “정부는 구조조정시 재무적 측면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이 균형있게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모든 구조조정 문제에서 산업부가 주도하는 모양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금융위원회가 주도했던 산업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산업부가 되찾아오겠다는 것으로 풀이되며,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민간·시장 중심’ 구조조정 방침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또 산업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조선업 불황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막 회복하려는 대형 조선사가 두 업체를 떠안을 경우 업계 전체가 부실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예상되는 사상 최악의 ‘일감절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사를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바꿔야 한다”며 “대규모 인원 감축과 조직 축소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백 장관의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아직 해석이 분분하다”며 “현 상황에서 중소 조선사를 인수하는 것은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방문한 3일 대우조선 주가는 12.5% 폭등한 1만7200원에 마감했다. 대우조선이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시그널을 받은 이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또한 조직 축소와 임원 축소 등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임원 30%, 전체 팀의 25%를 줄이는 강도 높은 자구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연말 조직 개편으로 임원은 기존 72명에서 50명으로 22명 줄었고, 89개 팀도 67개로 조정했다. 삼성중공업은 작년과 올해 7300억원의 영업손실을 예고하며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준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조원가량 줄어든 7조9870억원으로 잡았다고 공시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60%나 줄어든 수준이다. 현대중공업도 올해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1분기 중 1조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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