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산은·수은 공기업 지정 카드 만지작 당사자는 우려의 목소리↑···“자율성 침해”“통상마찰로 조선업 구조조정 제동걸릴것”은성수 행장도 조심스런 반대 입장 표시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산은과 수은의 ‘시장형 공기업’ 지정 여부를 결정짓는다. 기재부는 두 은행이 자산 2조원 이상이면서 전체 수입의 85% 이상을 직접 벌어들이는 등의 공기업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고 지난해말 각 기관에 이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가 이들 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려는 것은 앞선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면서 부실 경영 논란을 빚었고 낙하산 인사나 채용비리 의혹도 제기되온 만큼 경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산은과 수은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으로 분류되는 3개 공공기관 유형 중 정부 통제 수준이 가장 낮은 영역에 속한다. 2012년 한 차례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던 산은은 지난 2014년 다시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고 수은은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래 지금까지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산은과 수은 측은 공기업 지정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의 입김이 강해지는 것은 물론 업무 효율을 떨어뜨림으로써 각종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공기업에 지정되면 법인으로의 투자가 제한되는 동시에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각각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이 경우 여러 절차로 인해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자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늘리려는 현 시점에 국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사회 구성도 고민거리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기업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해야하며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금융 전문성이 부족한 인물이 사외이사가 참여하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리스크를 기피하는 현상까지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공기업 지정으로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해볼 문제다. 산은과 수은이 조선업 등 국내 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것을 놓고 다른 나라에서 보조금 이슈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연합(EU)은 지난 2002년 한국 조선업계가 외환위기 당시 부채탕감, 채무상환 재조정 등을 통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바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산은이 특정 기업을 지원해 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 우려한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이달 공식 성명을 통해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한창인 민감한 시기에 정부가 산은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면 통상마찰 불씨만 키울 것”이라며 “자칫 구조조정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역시 공운위의 합리적인 결정을 기다린다면서도 “수은이 정부 출자기관이지만 기업 지원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거들고 나섰다. 수은은 이미 임원추천위원회와 준법감시인을 도입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50%로 확대하는 등 경영 투명성을 공기업 수준으로 높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금융권 전반에서는 다음주 발표될 공운위의 논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기업 지정은 공운위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최종 확정한다. 다만 산은과 수은 측이 이 같은 강경한 입장을 정부에 전달한 만큼 공기업 지정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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