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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성동조선···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의 복잡한 속내

갈림길에 선 성동조선···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의 복잡한 속내

등록 2018.01.25 17:23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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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여파’와 ‘혈세투입 논란’에 고심 중내부에선 ‘회생 가능성 낮다’고 가닥잡았지만 지역사회·정치권 강경한 메시지에 판단 유보 컨설팅 결과는 2월 중순께···내달말 최종 담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등 국정감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국회 기획재정위원회-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등 국정감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존속이냐 청산이냐”

갈림길에 놓인 성동조선으로 금융권과 산업계 전반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의 결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은성수 행장은 추가 컨설팅이 끝나길 기다리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앞선 자체 실사에서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결과를 받아든 만큼 내심 복잡한 심정일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은성수 행장이 성동조선의 해법을 놓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오가고 있다.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마땅히 지원을 해야겠지만 혈세 투입 부담에 지원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 가지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25일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이달 삼성KPMG가 착수한 성동조선에 대한 추가 실사 작업은 설 연휴 이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수은 측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당국과 협의해 2월말께 성동조선의 향방을 결정짓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성동조선에 대한 추가 컨설팅에 나선 것은 산업경쟁력을 반영해 회사의 존속 가능성을 다시 따져보자는 취지다. 그간 실사가 현금 흐름이나 유형자산, 인력구조 등 재무적 부분에 치중한 나머지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외부에서는 이번 실사에서 기술력과 보유 특허 수, 장기 고객 확보 가능성,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이 함께 반영되면 성동조선이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수출입은행 측은 성동조선의 회생 가능성을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들여다봐도 성동조선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수은의 이 같은 시각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성동조선이 대형 조선 3사와 달리 경쟁이 심한 영역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 첫 번째다. 성동조선의 주력 선종인 탱커는 전세계적으로도 건조하는 조선사가 많아 주도권을 잡는 게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득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저가 수주 논쟁이 되풀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조선업계에 원가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들어 국제유가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도 성동조선엔 반갑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유가가 오르면 해양플랜트 발주는 늘어날 수 있지만 운임의 동반 상승에 따라 석유제품 운반선인 탱커 발주는 줄어들 것이라는 게 수은 측 논리다.

성동조선의 야드가 비어있는 것도 수은에는 고민거리다.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설비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다면 손상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말 76척에 달하던 성동조선의 수주잔량은 지난해말 5척으로 급감했다. 이에 성동조선은 지난해부터 초기 작업장인 1야드 가동을 멈추고 규모가 큰 2야드 만으로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수은 측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사실 수은은 지난 2010년 성동조선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이래 약 3조원을 투입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성동조선은 지난 2016년 약 39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 1조5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 여파로 수은도 지난 2016년 1조4692억원의 손실으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수은은 지난해 성동조선에 대한 실사를 진행해 성동조선을 청산하는 게 살리는 것보다 5000억원 이득이라는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럼에도 수은이 성동조선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새 정부에 접어들어 정부 정책이 기업회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국책은행인 수은이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것이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성동조선을 찾은 것은 조선업을 되살려야 한다는 정부의 강경한 메시지로 읽힌다. 그리고 일본의 사례와 같이 섣부른 구조조정으로 조선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면 수은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다행스런 부분은 올들어 조선업종 전반에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유조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조선사의 수주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지난해부터 업황이 최저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퍼지자 글로벌 선사로부터 선박 발주도 다시 활성화되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지역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성동조선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은성수 행장은 “성동조선에 대해서는 재무적인 부분과 산업경쟁력 측면을 모두 고려해 적절한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며 “국책은행인 수은이 국민의 재산을 함부로 쓸 수는 없는 만큼 납득할 만한 수준이 되는지를 면밀히 따져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불거진 성동조선과 STX조선의 합병설에 대해서는 “아직까진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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