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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회장 발상의 전환···‘日’ 전략으로 ‘日’ 눌렀다

김석준 회장 발상의 전환···‘日’ 전략으로 ‘日’ 눌렀다

등록 2018.03.16 12:53

수정 2018.03.16 15:01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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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대우와 8000억짜리 싱가포르 수주지난해 일본업체와 격전 당시 대우M&A지적에김 회장 "내가 모두 책임진다" 안고가기 정공법발주처 신뢰와 탄복···기술적으로 엔저 일본 제쳐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사진=쌍용건설)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사진=쌍용건설)

# "모두 내가 책임지겠다."

쌍용건설·대우건설 컨소시엄과 굴지의 일본 건설사인 시즈미와 오바야시 컨소시엄이 싱가포르 보건부(MOH)가 발주한 총 8000억원짜리 미래형 병원 수주전이 치열하던 지난해 6월.

당시 싱가포르 발주처와의 첫 미팅(one to one meeting)에서 보건부측이 컨소시엄사인 대우건설의 매각 등 조인트 리스크에 대해 묻자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단칼에 날린 답변이다. 혹여라도 대우건설을 호반건설 등 중견건설사가 인수해 싱가포르 병원 공사를 혹 포기하려하더라도 쌍용이 공사를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발주처를 비롯 경쟁사들이 약점을 찔러 들러오는 예봉을 단방에 막아내고 되레 역공을 취한 셈.

김석준 회장은 "쌍용건설은 싱가포르 현지화가 잘되어 있고, 대우건설은 인력풀이 좋다. 미래형 싱가포르 병원을 제대로 지어낼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싱가포르 발주처측의 신뢰를 얻어내 8000억원 짜리 해외공사를 따낸 것.


김 회장이 일본식 해외 수주 전략으로 싱가포르에서 쾌거를 이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국내 건설사들끼리 중동 경쟁지역에서 흠집내기 등으로 해외에서 수주하는 헐뜯기 등 경쟁에만 매달리는 수주가 아닌 우리 업체들 약점까지 안아가며 밀고 끌고하는 방식을 김 회장이 따왔다는 것이다. 이번에 함께 경쟁한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가 아닌 현지 업체와 컨소를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건설사들의 경우 중동 등 경쟁지역에서 자사가 수주하기위해 국내 경쟁사들의 답합 등 불법행위를 발주처에 제보하는 등 출혈 경쟁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중동 등 해외건설 관계자들 사이에선 "입찰에서 한국 건설사 몇개만 끼워넣으두면 금새 공사금액을 깎을 수 있다"라는 말이 만연할 정도. 한국 건설사들끼리 알아서 헐뜯고 가격경쟁까지 하기 때문에 붙여놓고 아주 편안하게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그사이 국내 건설사들은 출혈경쟁 등으로 결국 국부유출까지 빚고 있는 눈총을 샀다.

반면 일본은 자사 건설사들까지 밀고 끌어주는 방식의 수주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특히 지난 1980~90년대엔 아시아나 중동 등지에서 자사가 최저가 입찰에서 1위를 낙점 받고도 2위가 자국 업체인 일본 건설사라면 최저가 부담에 따른 국부유출 차원에서 1위 업체가 사실상 양보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를 일본식 해외건설 수주 전략이라고 업계에선 지칭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난해에만 싱가포르에 수차례 날아간 김석준 회장이 이런 일본식 전략으로 낭보를 알렸다는 점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한창 싱가포르 병원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을 당시 대우건설의 매각 이슈가 등장하며 발주처에서 공사 리스크로 치고들어오자 김 회장이 정공법을 택한 것.

대우건설 컨소시엄을 포기하기는 커녕 대우의 강점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혹여 대우건설 주인이 바뀌더라도 공사는 쌍용이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는 일부 한국건설사들끼리 출혈이나 헐뜯기 경쟁에 나섰던 과거 일부 관행과는 극명하게 반대되는 것이다.

일본 5대 건설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시즈미와 오바야시 등을 꺾었다는 점에도 이목이 쏠린다.

특히 3.1절이 포함된 3월에 일본 굴질의 건설사를 국내 쌍용건설과 대우건설이 함께 눌렀다는 점에서도 해외건설 쾌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최저가 입찰에서 3위에 그쳤던 쌍용과 대우가 고급건축 등 기술력 평가를 거치면서 엔저
공세를 집요하게 펼쳤던 일본 업체를 제쳤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한편, 쌍용과 대우건설이 수주한 싱가포르 병원 공사는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드 지역에 대규모 병원을 짓는 것이다. 이 병원은 지하 4층~지상 7층, 8개동, 1800여개 병상을 가진 종합병원과 커뮤니티 병원, 양로원, 호스피스 병동 등 4개의 별도 의료기관이 ICT(정보통신기술)로 연결된다. 공사기간은 33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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