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여의도 국회본청 430호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장은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와 반대로 훈훈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주열 총재 후보가 청문회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던 이혜훈 위원이 축하의 인사를 건냈다. 청문회 예정시각이었던 10시를 조금 넘기자 위원들은 자리로 들어왔고 몇몇 위원들 역시 이 총재에게 짧은 축하 인사를 건내며 악수를 나눴다.
조경태 위원이 회의 성원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청문회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침착하게 가라앉았고 이주열 총재 후보의 선서와 모두발언이 이어졌다. 위원들의 주된 질의는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기준 금리, 정부의 일자리 추경과 관련된 질의가 중점을 이뤘다.
주를 이뤘던 것은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관련된 질의였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총재를 연임한 것이 청와대, 정부의 ‘말 잘 듣는 총재’를 선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에 “중앙은행의 자율성, 독립성을 지켜야 하지만 일부에서 협조해야 가능하다”며 “책임 있는 분의 발언도 정말 신중하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 취임 초기인 지난 2014년 초, 최 전 부총리는 호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 도중 호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리의 금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척하면 척’”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최 전 부총리의 발언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맞춰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발언으로 해석됐고 이후 얼마안가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서 독립성을 의심받았다.
과거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저금리를 유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난 정부에 끌려갔다는 평가를 전제로 하는데 저희는 다른 의견이 있다”며 “‘척하면 척’ 발언은 사실상 통화정책과 무관한데 그러한 표현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당시 상황은 정부 정책과 관계없이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이 총재가 이전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맞춰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인하했고, 이 때문에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당시 상황은 정부 정책과 관계없이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조선·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한 자본확충 펀드를 설치한 것을 두고도 “한은이 (구조조정에 대해) 마치 뒷짐 지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있던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 입김에 휘둘렸다는 데 반박했다.
향후 기준금리와 관련된 질문도 이어졌다. 미국이 금리를 올해 3∼4차례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음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으로는 “딱 집어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대답했다. 상반기 인상 가능성이 크냐는 물음에도 “높다, 낮다 하는 평가도 유보하겠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미국의 금리인상 뿐만아니라 그것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상해 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시장에서 이 후보자의 별명이 ‘관망주열’인걸 아느냐”며 “지켜만 보다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있겠지만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 사이에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일자리 추경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 후보는 정부가 4조원 내외의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일자리 상황이 안 좋은 때에 여러 장기 대책도 중요하지만 재정에 여력이 있는 만큼 재정 쪽 역할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후보자는 “재정 역할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구조적 개선 노력을 통해 민간 부문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게 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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