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법 정치자금 기부 혐의 피의자 신분 조사상품권깡으로 4.3억원 조성, 90여명에 기부 의혹황 회장 개입여부 핵심,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17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시작 시간은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었다. 당초 조사시간 임박해서 출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황창규 회장은 예상보다 약 20여분 일찍 경찰청에 출석했다.
황창규 회장의 소환조사가 진행되는 17일 서대문구 경찰청에는 수십여명의 취재진들이 9시 전부터 몰렸다. 이날 황창규 회장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짧은 대답만을 남긴채 경찰청으로 출석했다.
KT민주화연대 등은 이날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창규 회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검경은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황창규 회장을 즉각 구속 수사하라”면서 “황창규 회장은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KT의 불법 정치자금 기부 의혹과 관련 조사를 진행해왔다. KT 전현직 임원들이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했다가 이를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국회의원들에게 기부했다는 혐의다. 경찰은 3년 간 4억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이 90여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제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KT가 주요 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관련 입법 사안을 다룬 정무위원회, 통신 관련 예산·입법 등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통신정보통신위원회) 위원 등에게 기부금이 흘러갔다고 보고 있다.
이번 경찰의 황창규 회장 소환조사의 핵심은 불법 정치자금 조성 인지 여부다. 경찰은 황창규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 조성과 관련해 사전에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후원 행위에 일정부분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매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금액을 들어 상식과 맞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KT의 연매출은 20조원 규모다. 경찰이 파악한 정치자금은 3년간 4억3000만원이다. 90여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제공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1인 당 1년에 160만원 수준이다. 매출 20조원 규모의 대기업에서 고작 4억원 규모의 정치자금을 운영하는데 CEO에게 보고가 됐을리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황창규 회장이 수사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것은 역대 KT CEO 중 세번째다. 남중수 전 KT 사장은 납품비리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고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형이 확정됐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배임,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고 현재 파기 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최종 선고일은 이달 26일이다.
뉴스웨이 이어진 기자
le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