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문제에 묵묵부답으로 일관 “나중에 따로 얘기할 기회 있을 것”GM과의 협상 일정 고려해 말 아낀듯 출자전환과 감자, 투자계획 등 관건
24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본점 출근길에 기자와 만났지만 한국GM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이 회장은 한국GM 노사의 협상 타결에 대한 소감을 묻자 “나중에 기자실에 내려가서 얘기하겠다”며 짧게 답했고 차등감자나 비토권 등과 관련해서는 “노코멘트”라고만 말한 뒤 집무실로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이는 향후 펼쳐질 GM과의 협상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GM 경영정상화의 세부적인 방안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만큼 섣불리 카드를 내보여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앞섰다는 해석이다.
노사가 잠정 합의안을 도출함에 따라 한국GM 사태는 정부와 산은 그리고 GM간의 대결구도로 되돌아온 상태다. 앞으로는 본사 차입금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 출자전환과 28억달러(약 3조원) 규모 신규투자, 2종의 신차 배정, 부평·창원공장의 외국인투자지역(외투지역) 지정 등에 대한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일단 GM 측은 오는 27일까지 투자확약서를 체결하자며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와 산은은 다음달 초 마련될 예정인 최종 실사보고서 없이는 투자 확약을 맺을 수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이 가운데 GM으로부터 10년 이상의 장기투자 확답을 받아내고 출자전환 과정에서의 ‘차등감자’를 실현해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게 정부와 산은의 시급한 과제로 지목된다.
특히 산은은 차등감자와 관련해서도 GM 측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여왔다. GM이 3조원을 출자전환하면 산은의 한국GM 지분율이 1% 아래로 떨어져 견제 권한을 잃게 된다는 판단 아래 최소 20대1의 차등감자로 GM이 지분율을 낮출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에 대해서는 보통주 지분 15% 이상이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양측의 약속과 관계가 깊다.
다만 GM 측이 차등감자로 기존 대출금 3조원이 증발할 것이라는 우려에 거부의 뜻을 내비치면서 험난한 협상 과정이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산은이 자금 지원 조건으로 10년 이상 지분 매각 제한과 비토권 등을 제시했다는 소식도 흘러나왔으나 확정된 것은 아니며 GM 측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도 알 수 없다는 게 산은 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한국GM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는 만큼 입장을 표시하기엔 이른감이 있다”면서 “사태가 모두 정리되면 그간의 진행 과정을 공유하는 자리를 따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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