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사는 이날 인천 부평공장에서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벌여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노사는 지난 2월 7일 첫 상견례 이후 14차례 임단협 교섭 끝에 이날 결국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노사가 자구계획에 합의함에 따라 첫 고비는 넘어섰다. 노사의 자구계획 합의는 정부와 GM 본사 모두 한국GM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삼았다. 노사의 임단협 교섭과 별개로 진행돼 온 한국GM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실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미 실사 중간보고서가 만들어졌으며,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는 한국GM의 노사 합의, GM 본사의 신차 배정, 최대주주(83%)인 GM과 2대주주(17%)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이 차질 없이 이뤄졌을 때 2020년이 되면 흑자로 전환한다는 ‘조건부’ 결론이었다.
노사 합의라는 첫 단추를 끼운 만큼, 앞으로 GM 본사의 신차 배정과 자금 지원을 놓고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GM 본사가 산업은행에 투자확약서를 요구한 오는 27일까지다. GM 본사의 요구는 산업은행이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서류 형태의 확약서다. 정부가 한국GM의 부평·창원공장을 외국인투자지역(외투지역)으로 지정, 세금 혜택을 달라는 것도 요구 사항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외투지역 지정에 대해 “폭넓게 보고 있다”고 언급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부와 산업은행은 GM 본사가 한국GM을 영속적으로 운영할 의지가 확인돼야 자금 투입과 제도적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한국GM은 15만개 넘는 직·간접적 일자리가 걸린 만큼, 정부로선 정치적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GM 본사는 애초 약속했던 27억달러(2조9000억원) 차입금의 출자전환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등 28억달러(3조원) 규모의 신규투자에 대해서도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에 맞서 정부와 산업은행은 한국GM 부실에 대한 대주주 책임론, 지나치게 불합리한 이전가격 문제 등으로 GM 본사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에 대한 실사도 '미래의 가치'를 따지는 동시에 '과거의 책임'을 묻는 작업이 병행됐다.
GM 본사가 한국GM에 부품을 비싸게 팔고 낮은 가격으로 완성차를 사들여 본사 이익(한국GM 손해)을 극대화했는지, 한국GM이 본사에 지급한 차입금 이자가 지나치게 많았던 게 아닌지 등을 검증한 것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이를 지렛대로 삼아 GM 본사를 압박, 출자전환에 따른 산업은행의 지분율 하락을 막기 위해 차등감자를 관철하고 자산 처분에 대한 산업은행의 비토권(거부권) 부활도 얻어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GM 본사는 기존의 주식 가치를 20분의 1이하로 줄여야 하는 차등감자에 난색을 보이는 데다, 비토권 부활 역시 부정적이어서 정부와 GM 본사의 협상은 한국GM 노사 협상 못지않게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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