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미래먹거리··· ‘홈퍼니싱’ 승부수한화L&C 품으면 한샘 제치고 단숨에 1위현대백 “아직까지 구체적 결정사항 없다” 투자업계 “인수 타진 중···가격 절충단계”
16일 가구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한화L&C를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해 최근 실사를 마쳤다. 투자업계 관계자는“양측이 이미 서로 원하는 가격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서로 원하는 가격차가 커서 거래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매각가격으로 3000억원 이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화L&C 대주주인 모건스탠리는 최소 4000억원 이상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L&C는 2014년 한화첨단소재 건자재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같은해 3000억원에 모건스탠리에 인수됐다. 인조대리석 창호 바닥재 등 건축자재를 주로 생산하던 이 회사는 최근 벽지와 가구, 침대 매트리스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다양한 인테리어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이날 인수 관련 조회공시 요구에 “한화엘앤씨 인수 추진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홈퍼니싱은 홈(home)과 퍼니싱(furnishing)의 합성어로 가구, 커튼, 벽지,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집안을 꾸미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12조원으로 전문가들은 관련 시장이 연평균 10% 이상 성장해 2023년에는 20조원대로 늘 것으로 관측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수입 브랜드 유치, 인수합병(M&A) 등으로 홈퍼니싱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홈퍼니싱은 정지선 회장이 수 년 전부터 눈독을 들이며 아낌없이 투자를 해온 사업 영역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리바트를 인수하면서 일찌감치 홈퍼니싱 시장에 진출했다. 인수 당시 5049억원이었던 리바트 매출은 지난해 8884억원으로 늘어 현재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정 회장은 취임 10주년이었던 지난해엔 홈퍼니싱을 첫번째 신성장동력 카드로 꺼내들었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리바트와 현대H&S를 합쳤다. 지난해 미국의 홈퍼니싱 기업 윌리엄스소노마와 독점 판매계약을 체결할 때에도 정 회장이 사안을 직접 챙기며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시티몰에 오픈한 윌리엄스소노마 1호점도 직접 방문해 손수 매장을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10월에는 서울 논현동에 5층 규모의 ‘WSI(윌리엄스소노마) 플래그십 스토어’도 열었다. 포터리반·포터리반 키즈·웨스트 엘름 등 윌리엄스소노마의 3개 브랜드가 한자리에서 운영되는 것은 이 매장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한화L&C를 인수하게 되면 단번에 시장 1위 기업이 된다. 현대H&S를 품은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인테리어 부문에서 1조4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한화L&C는 작년 1조636억원의 매출과 합치면 2조5000억원대로 기존 1위 사업자 한샘보다 5000억원 가량 매출고가 높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1인 가구의 증가, 주거공간을 중심으로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휘게’ 문화 확산까지 맞물리면서 홈퍼니싱 시장의 성장에 이미 가속도가 붙어 백화점 뿐 아니라 유통업계 전체가 차기 성장동력으로 홈퍼니싱을 점찍어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한화L&C를 인수하면 가구 소품 뿐 아니라 바닥재 등 건자재 사업도 함께 할 수 있어 종합인테이러 업체로 거듭나 홈퍼니싱 시장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B2B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 L&C도 현대백화점그룹의 백화점이라든지 홈쇼핑 등의 유통망을 활용하면 B2C 시너지도 크게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dw0384@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