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노조, ‘금융위 해체’ 공식성명 주요 현안 ‘불협화음’, 결국 표면으로 “예산 심사 빌미로 길들이기 말아야”“민간 출신 금감원장 압박?” 지적도
금감원 노조가 드디어 금융위를 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케이뱅크 등 굵직한 이슈를 거치며 조금씩 쌓여온 불편한 감정이 예산 문제를 계기로 표면화한 모양새다.
특히 노조는 당국의 ‘예산 압박’엔 윤석헌 금감원장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규정하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금융위 해체’까지 직접 거론하고 나선 만큼 향후 양측의 충돌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감독원 지부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금융위가 예산심사권을 무기로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면서 “내년도 금감원 직원의 임금을 동결할 수 있다며 위협하고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서도 “(후보 시절)금융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했고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됐지만 금융위는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금융위 해체 공약’을 조속히 이행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금감원 노조의 강경한 목소리는 2019년도 금감원 예산을 축소하려는 금융위의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금융위 산하 분담금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업무추진비와 회의행사비를 각 10%씩 줄이고 임금 동결과 성과급 지급률을 낮추는 등의 ‘예산편성지침’을 금감원 측에 통보한 상태다. 동시에 팀장급 이상인 1~3급 직원 비중을 43.3%에서 35%로 낮추겠다는 금감원의 계획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30% 이하로 줄여야한다며 압박하는 상황이다.
금감원이 제출한 내년도 예산 규모는 올해(3625억원)와 비슷한 363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예산안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전년보다 높여 제출하는데 이번엔 사실상 삭감에 가까운 계획을 내놨음에도 금융위로부터 거절당한 모양새가 됐다. 지난해에도 금감원은 2017년의 3666억원 대비 약 10% 증액된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대폭 삭감된 바 있다. ‘C등급’낮은 경영 평가 점수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작년과 다르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이후 발생한 주요 현안에서 금감원이 줄곧 금융위와 상반된 목소리를 냈던 게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의혹을 놓고 고의적 회계분식이라는 입장을 꺾지 않은 데 이어 케이뱅크 인허가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공동해명 요구를 거절한 게 발단이 됐다는 판단이다.
실제 금융위는 ‘케이뱅크 특혜인가 의혹’이 재부상한 지난 10월 금감원의 공동해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지만 금감원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금융위가 인가 결정을 내렸으니 굳이 해명할 필요가 없다는 윤석헌 원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양측의 불화를 키우는 단초가 됐다. 이후 금융위는 곧바로 금감원의 TF(태스크포스)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고 최종구 위원장 역시 일부 사안에 이견을 보인 윤 원장을 향해 “교수 시절에도 이렇게 주장하셨겠습니까”라고 쏘아붙이며 대외적으로 갈등을 암시하기도 했다.
금감원 측이 금융위의 의도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내부에서는 윤석헌 원장을 위축시키고자 금융위가 예산을 걸고 넘어졌다는 인식도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예산 삭감으로 임금이 동결되면 의도치 않게 ‘민간 출신 원장’을 향한 원망도 나올테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윤 원장과 직원 사이가 멀어지지 않겠나”면서 “당국도 이런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 노조 측이 먼저 입장을 내놓은 만큼 금융위가 태도를 바꿔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장외 투쟁에 나서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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