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담담 부원장보 인사 검증자살보험금 사태 당시 중징계 끌어내즉시연금 사태도 동일한 수순 밟을 듯금융권, 고강도 검사·제재 확산 우려
이 국장이 실제로 보험담당 부원장보로 선임될 경우 자살보험금 사태와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는 즉시연금 사태를 정조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를 비롯한 각 금융업권은 강도 높은 검사와 징계에 앞장 선 직원을 중용하겠다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인사 방침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 이창욱 보험감독국장 등 보험담당 부원장보 후보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임원 인사를 실시하기 위해 현직 부원장보 9명 전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부 부원장보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는 등 반발하면서 인사가 지연됐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당시 보험준법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생보사들에 대한 중징계를 이끌어 낸 이성재 국장은 가장 유력한 차기 보험담당 부원장보 후보로 꼽힌다.
이 국장은 1963년생으로 부산대를 졸업했으며 한국은행을 거쳐 금감원에서 근무해왔다. 보험준법국장 역임 이후 은행준법국장, 여신금융검사국장을 지냈다.
금감원이 이 국장을 보험담당 임원 후보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자살보험금 사태와 같은 칼잡이 역할을 맡기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과 법적 판단을 받아보자는 보험사들의 입장이 맞선 즉시연금 사태를 매듭 짓겠다는 윤 원장의 의지가 드러난다. 윤 원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즉시연금 사태를 맡았던 분쟁조정1국과 담당 직원을 최우수 부서 및 직원으로 선정해 포상한 바 있다.
금감원은 2016년 주계약 또는 특약을 통해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판매했으나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보사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토록 했다.
금감원은 당시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관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약관상의 실수일 뿐 자살은 재해가 아닌 만큼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대법원에서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인 2년이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금감원은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전액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대 대형 생보사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 불가 입장을 고수하다 금감원의 고강도 제재 방침에 전액 지급키로 했다.
금감원은 영업정지,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 중징계 방침을 사전 통보하며 보험금 지급을 압박했다.
이들 생보사는 결국 2017년 5월 최대 9억원에 달하는 과징금과 함께 기관경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받았다. 삼성생명은 8억9400만원, 교보생명은 4억2800만원, 한화생명은 3억9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 같은 중징계 결정을 이끌어 낸 이 국장이 보험담당 부원장보 자리에 오를 경우 즉시연금 사태도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생보사들은 지난해 불명확한 약관을 이유로 과소 지급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했다.
금감원은 2017년 11월 삼성생명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 A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을 지급토록 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의 결정에 따라 모든 가입자에게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생명은 2012년 9월 즉시연금에 가입한 A씨에게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 연금을 지급했으나, 상품의 약관에는 연금 지급 시 해당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2월 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해 A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과 이자를 전액 지급했으나, 동일한 유형의 다른 가입자에게는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같은 해 7월 26일 이사회에서 금감원의 일괄 지급 권고를 거부하고 상품 가입설계서상의 최저보증이율 적용 시 예시 금액보다 적게 지급한 금액만 지급키로 했다.
삼성생명이 이후 지급한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71억원(2만2700건)으로, 금감원이 일괄 지급을 요구한 4300억원(5만5000건)의 60분의 1 수준이다.
삼성생명은 관련 민원을 제기한 즉시연금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해 보험금 청구 소송비용 지원에 나선 금감원과 충돌했다. 삼성생명은 처음 소송을 제기했던 민원인이 분쟁조정 신청을 취하하자 다른 민원인을 상대로 동일한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8월 9일 즉시연금 가입자 B씨에게 과소 지급한 즉시연금을 지급하라는 분조위의 분쟁조정 결정에 대한 불수용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850억원(2만5000건)으로 삼성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KDB생명은 즉시연금 가입자 C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을 지급토록 한 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했으나, C씨와 동일한 유형의 다른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전체 미지급금을 250억원을 일괄 지급하지는 않기로 했다.
미래에셋생명도 금감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 권고를 거부하고 법적 대응 결과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번에도 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중징계 카드를 활용해 보험금 지급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경우 2015년 이후 4년여만에 부활하는 금감원 종합검사의 첫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삼성생명이 집중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유인부합적 종합검사를 실시하고자 한다”며 “일정 기준을 충족하며 검사 부담을 줄여주고 그렇지 못한 경우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아직 검사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즉시연금 사태로 유인에 부합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국장의 보험담당 부원장보 선임 여부가 향후 금감원의 검사 및 제재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강도 제재를 이끈 인물을 중용하는 윤 원장의 인사 방침이 뚜렷해지면 각 감독·검사부서의 실적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감독 수위를 둘러싼 금융위원회와의 갈등 속에 존재감을 높이려는 금감원 내부에 이 같은 기류가 확산된다면 금융사들의 검사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국장을 임원으로 선임한다는 것은 이 국장처럼 검사와 제재를 하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며 “보험업계를 비롯한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앞세워 금융사를 압박하는 감독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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