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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0원 화장품 신화’ 쓴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떠난다

[He is]‘3300원 화장품 신화’ 쓴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떠난다

등록 2019.01.14 10:30

수정 2019.01.14 10:33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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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국내 첫 브랜드숍 미샤 론칭3300원 화장품 콘셉트로 인기몰이 2013~2014년 위기 겪고 긴축경영2017년 사모펀드 IMM에 회사 매각최근 이사회서 물러나며 경영서 손떼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국내 최초 화장품 브랜드숍을 선보이며 ‘3300원 화장품 신화’를 쓴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전 회장이 에이블씨엔씨 경영에 완전히 손을 뗀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 최대주주 리프앤바인과 특별관계자들의 지분율이 소폭 하락했다. 이에 대해 에이블씨엔씨는 “서영필 전 회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이사회에서 사임하면서 최대주주와의 특별관계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서 전 회장은 평범한 샐러리맨 출신으로 화장품업계 3위까지 오른 에이블씨엔씨의 창업자다. 위기 때마다 새로운 전략으로 ‘위기 탈출’을 이어오며 에이블씨엔씨를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서 전 회장은 피죤 중앙연구소에 입사해 4년 여간 화장품 연구원으로 일한 후 1996년 창업을 결심, 엘트리라는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뷰티넷이라는 여성 포털 사이트를 열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화장품을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저가 화장품 브랜드를 기획하게 됐다.

이렇게 선보인 브랜드가 미샤다. 미샤는 2000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화장품 단일 브랜드숍이다. 브랜드숍이란 하나의 브랜드 제품을 선보이는 전문 매장으로, 당시 등장한 미샤가 최초로 선보인 개념이었다. 브랜드숍 시장을 선도한 미샤의 뒤를 이어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등 다양한 브랜드숍이 등장했다.

서 전 회장은 미샤를 통해 ‘3300원’ 저가 전략을 펼치면서 회사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미샤는 ‘착한 화장품’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1년 만에 10배 매출 성장을 이루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후발주자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트렌드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에이블씨엔씨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2007년 말 당시 잠시 대주주로 물러나 있던 서 전 회장은 CEO로 복귀해 브랜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소비자들이 싼 가격의 국내 화장품을 이용하면서도 고급 화장품에 대한 선망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저가 제품을 줄이고 용기도 고급화 했다. 또 인기 배우 김혜수, 이병헌 등 톱스타를 앞세운 마케팅을 도입해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서 전 회장의 결단에 미샤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 화장품으로 인정 받으면서 다시 성장세를 탔다. 2008년에는 미샤와는 다른 자연주의 콘셉트의 서브 브랜드 어퓨를 선보이며 사세를 확장했다.

2005년 2월 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에이블씨엔씨는 2011년 9월 7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이전 상장까지 이뤘고 이후 2011년과 2012년 브랜드숍 1위를 지켰다.

에이블씨엔씨의 성장세는 거기까지였다. 에이블씨엔씨의 매출액은 2012년 452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3년 4424억원, 2014년 4383억원으로 지속 감소했다. 2013년에는 업계 1위 자리를 더페이스샵에 내줬고, 2014년에는 2위마저 이니스프리에 내주며 3위로 떨어졌다. 수익성은 더 악화했다. 영업이익은 2012년 536억원, 2013년 132억원, 2014년 6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15년 두 번째 반전이 시작됐다. 서 전 회장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2014년 말부터 지하철 매장 등 고비용 점포를 철수했고, 캐릭터 라인, 프리미엄 한방 제품 등 신규 인기 제품을 속속 내놨다. 에이블씨엔씨의 2015년 매출액은 4078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줄었으나 영업이익이 177억원으로 큰 폭의 수익성을 개선을 이뤘다. 2016년에는 매출액 4346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으로 2013년의 성과를 넘어섰다.

서 전 회장은 에이블씨엔씨가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자 2017년 자신이 보유한 지분 대부분을 사모펀드에 넘기며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놨다. 서 전 회장은 지분 25.5%를 1882억원에 넘기면서 에이블씨엔씨의 기타비상무이사회 이사로 남았다. 사모펀드 체제의 에이블씨엔씨에서 경영 일부에 참여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 서 전 회장이 이사회에서 물러나면서 에이블씨엔씨와는 ‘주요주주’의 관계로만 남게 됐다. 서 전 회장의 현재 지분율은 2.35%다.

서 전 회장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CEO로도 유명하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견을 자주 피력하면서 ‘잡음’도 적지 않았다.

서 대표는 2012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서울 메트로와의 독점 계약을 포기하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자신의 SNS에 폭로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정 전 대표는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등을 창업한 인물로, 더페이스샵을 창립했던 초기에는 서 전 회장과 막역한 사이였으나 현재는 완전히 갈라선 것으로 유명하다. 정 전 대표가 서 전 회장과의 사석에서 나눈 사업 노하우를 그대로 베껴 더페이스샵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정 대표와 서 대표의 감정의 골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2013년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 에스티로더의 ‘보라색병’의 미투 상품을 광고하는 과정에서 ‘파라벤이 없다’는 허위광고 혐의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서 전 회장은 에이블씨엔씨의 홈페이지인 뷰티넷에 직접 글을 올려 “그때 당시 화장품법에 따르면 사용된 원료에 함유된 보존제(파라벤과 같은)는 제품의 상자에 표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도덕적 책임을 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바로 판매중단을 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판매 중단과 재고를 모두 회수 폐기한 것은) 엄청난 비용의 낭비였다. (케이블뉴스가) 마치 엄청난 유해 물질이 들어가 있는 듯 방송을 했었다”고 역설한 대목은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았다.

또 서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해외 유명 브랜드급 품질을 강조한 미샤의 신제품 아이섀도가 ‘비싸다’는 비판을 받자 “이탈리아에서 제조해 어렵게 출시한 제품인데 동일 제조소에서 나온 럭셔리 화장품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임에도 비싸다는 말이 넘친다.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그렇게 믿는 것은 소비자 자유이니까.”라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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