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에서 징계 수위 낮춰한투증권, 기관경고로 1년간 신사업 진출에는 제동
금융감독원은 3일 오후 2시30분 본관 11층에서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을 열고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사건을 재심의했다. 이는 지난 1월24일 제재심 이후 석달만에 열리는 것으로 기존에 상정됐던 중징계 조치안이 재상정됐다.
금감원은 2시반부터 약 4시간에 걸친 제재심 결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기관경고(단기금융업무 운용기준 위반)로 심의하고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임직원에 대해서는 주의~감봉으로 심의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종합검사 결과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에 기관경고, 임원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 조치안을 사전 통지했으나 징계 수위가 약해진 것이다.
금융사에 대한 최고 수위 징계는 인가취소며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 경고, 기관주의 순이다. 임원의 경우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순이며 직원은 면직, 정직, 감봉, 견책, 주의 등이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사가 기관경고 조치를 받을 경우 향후 1년간 신사업 참여가 제한된다.
황성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국장은 “기관경고이기 때문에 향후 발행어음 사업에 특별히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영업정지까지 생각했으나 첫 사례고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없었으며 단 1회에 그쳤기 때문에 한 단계 감경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1673억원을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준 점을 문제 삼았다. 이 SPC는 해당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당시 키스아이비제16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부담해주는 대신 자기자금 없이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금감원은 한투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키스아이비제16차를 통해 최 회장에게 흘러갔고 이는 개인대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나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사가 설립한 형식적 기업인 SPC에 대한 발행어음 자금 공급을 기업대출로 봐야한다며 반박했다.
또한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의 TRS거래가 발행어음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초 초대형 투자은행(IB) 정책 도입시 단기금융사업인 발행어음 인가를 해준 것은 벤처기업이나 창업지원”이라며 “신용공여가 개인대출로 가면 당초 정책 취지에 어긋날 수 있으며 다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 측은 “제재심의위원회는 이번 심의대상이 유사선례가 없는 최초 사례인 점 등을 감안해 오늘 회의를 포함해 그간 3차례 걸쳐 회의를 개최하고 다수의 회사측 관계자들과 검사국의 진술·설명을 충분히 청취하는 등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징계는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금융위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이미 한국투자증권의 대출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중징계는 피해갔지만 발행어음 사업에 찬물을 끼얹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발행어음 라이선스는 돈의 혈맥이 원활히 돌게 하기 위해 준 것이고 한국투자증권은 그것이 불법인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인데 징계가 과다하는 느낌이 있다”며 “금융투자업계가 비즈니스를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초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업계 사람이라면 TRS 거래가 관행처럼 이뤄져 온 만큼 이번 징계가 과다하고 느낄 수 밖에 없다”며 “증권사 IB는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관련 규정 검토에 꼼꼼히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jisuk618@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